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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21 16:04 수정 : 2008.11.21 18:55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 특강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 특강’] ⑥ 경찰폭력의 역사
일본 순사에서부터 ‘백골단’ 부활까지
경찰 중립화 위해 ‘경찰 노조’ 고려할 만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놓고 또 다시 이념논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과학부, 국방부, 통일부 등이 “역사 교과서가 좌향좌돼 있다”며 잇따라 교과서 수정 의견을 냈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사연구회와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관련 학회와 일선 교사들은 “역사는 권력의 시녀가 아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 근·현대사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한겨레> 독자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사 특강’을 시작합니다. 해방 후 한국 현대사가 전공인 한 교수는 지난 10월13일부터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매주 월요일 특강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겨레출판>에서 강의록과 녹취록을 정리해 영상과 함께 매주 금요일 오후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홍구의 대한민국사 특강을 1회 ‘역사의 내전: 뉴라이트와 건국절 논란’을 시작으로 모두 8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 한홍구 교수의 ‘대한민국사 특강’ 순서

1. 역사의 내전: 뉴라이트와 ‘건국절’ 논란
2. 돌아온 간첩, 그 황당함에 대하여
3. 대한민국은 공사 중: 토목 국가와 ‘경제성장’
4. 헌법정신과 민영화 -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묻는다
5. 괴담의 사회사 - 여고괴담에서 광우병 괴담, 독도괴담까지
6. 경찰폭력의 역사 - 일본 순사에서 백골단 부활까지
7. 경쟁 만능의 비극 - 잃어버린 교육을 찾아서
8. 촛불과 민주주의


 

 ‘이명박과 3수’란 말이 있다. 여기서 3수는 어청수, 강만수, 한승수다. 3수 가운데 국무총리를 제치고 맨 앞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청수 경찰청장이다. 어 청장은 역사상 가장 많이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린, 가장 유명한 경찰총수가 되었다. 본인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통치 수단으로 경찰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 신호이기 때문이다. 경찰국가의 부활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늘 강의에서는 그 대한민국 경찰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한홍구의 역사특강⑥] 일본 순사에서 백골단 부활까지

 

  

떡고물을 주워 먹다 떡판을 차지한 친일 경찰 

 경찰 창설일은 1945년 10월 21일이다. 정확하게는 미군정청 경무국 창설일이다. 정부 수립보다 거의 3년이나 앞서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 경찰의 아픈 역사의 뿌리가 있다. 해방 직후 미군정은 남한의 효과적 통치를 위해 총독부 시절의 관료들과 독립군 때려잡던 경찰을 그대로 등용한다. 일제 시대 경찰 출신 중 무려 80%가 해방 후 경찰 조직에 남는다. 고위직에 있던 일본인들이 쫓겨 가자 아예 그 자리를 꿰찼다. 일본 경찰 밑에서 떡고물을 주워 먹던 이들이 아예 떡판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들 친일 관료와 경찰은 이승만 정권을 떠받치는 가장 핵심적인 두 축이 되었다. 경찰 내 거의 유일한 독립운동가 출신인 최능진 선생 같은 분은 경찰쇄신론을 주장하다 오히려 쫓겨나고, 나중에는 한국전쟁 중 이승만에 의해 내란혐의로 총살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세계 최강 미 8군을 지켜주는 대한민국 전투경찰 

 5·16 군사반란 이후에도 군사 정권에 의해 경찰력 강화 작업은 계속된다. 중앙정보부 창설로 경찰의 위상이 하락하기도 하지만, 군 간부들을 경찰 고위직에 임명하면서 경찰의 군사화를 진행하는 등 경찰은 여전히 체제 유지의 강력한 통치 수단으로 활용된다.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 사건(김신조 부대를 잡은 것도 군대가 아니라 종로경찰서 경찰들이었다)을 겪은 박정희는 전투경찰제를 부활시킨다. 전투경찰은 처음 이승만이 공비토벌을 명분으로 만들었다. 군대가 버젓이 있는데, 전투경찰은 왜 만든 것일까? 군대의 작전지휘권이 미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군의 동의 없이 통치자 임의로 동원할 수 있는 전투 병력의 필요성이 전투경찰 창설의 배경이 된다.

 전투경찰의 본래 신분은 국방부에서 파견된 군인이다. 군인은 외부의 적과의 싸움을 담당하고, 경찰은 내부 치안을 담당하는 것이 법에 명시된 기본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복무군인인 전경을 운용하여 국내 치안을 담당하게 한다. 치안 수요에 따라 시위진압경찰을 두는 나라들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군인이 경찰 업무를 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하물며 세계 최강이라는 미8군 부대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게 대한민국의 전경이다.

통치자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유혹, 5만 전의경 

 박정희에 의해 부활한 전투경찰제도는 이후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 되었다. 전투경찰제도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대중 정부나 폐지안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 역시 집회와 시위를 통제할 대규모 전투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전의경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현 어청수 청장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전투경찰제도의 존치를 주장했다. 과연 전의경들이 없었다면 촛불 국면을 어떻게 대처했을까? 저비용, 고효율 운용이 가능한 5만 전의경 병력을 이명박 정부가 포기할 수 있을까? 전경이 없으면 청와대는 누가 막나? 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전의경의 업무 명분은 ‘치안업무보조’이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그게 아니다. 전의경들이 업무보조를 하고 있나? 오히려 직업경찰관들이 업무보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경찰의 인권이 보장되야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존중할 것 

 대한민국 전의경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현재 전의경 복무자의 자살률은 군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구타 및 가혹 행위도 빈번하다. 자료를 보면 시위 진압 중 부상 당한 전의경들보다 일반 근무 중 부상자가 월등히 많다. 전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5년간 순직 경찰 108명 중 과로로 인한 순직자가 60.9%에 달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

 전직 경찰청장이 “대한민국 경찰은 하수종말처리장이다”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촛불 집회,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경찰 때문에 일어났나? 비정규직, 새만금, 대추리 등의 사회 문제가 경찰 때문에 일어났나?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따로 있는데, 애꿎은 경찰이 모든 사회 갈등의 해결사 노릇을 하도록 짐을 떠맡고, 욕을 먹는다.

 이번에 촛불 집회를 강경 진압하고 백골단까지 부활시킨 어청수 청장은 현 정권 유지에 혁혁한 공신이 되었다. 하지만 이로써 모든 경찰의 오랜 꿈인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가장 앞장섰던 이들이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들이었다. 그들이 촛불 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보고 전원 사퇴했다. 경찰이 세상을 거꾸로 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시민사회가, 국민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지지할 수 있을까?

‘경찰 중립화’ 위해 ‘경찰 노조’ 필요

 경찰이 중립화되야 한다. 또한 경찰의 기능별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 경찰 정보과 형사가 범죄 정보를 수집해야지 민심은 왜 파악하는가? 개인적으로 한국 경찰의 수가 적다고 생각한다. 더 늘어야 한다. 다만 시위 진압이나 정권 유지를 위해 동원되는 경찰의 수는 줄이고, 그 대신 주민친화적 대민서비스 분야의 경찰 수를 늘여야 한다.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 조건을 개선하고 정치 풍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체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경찰 노조이다. 경찰이 어떻게 노조를 만드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 노조나 교직원 노조 만들 때도 그런 얘기들이 나왔다. 경찰 노조, 군인 노조가 왜 불가능한가? 경찰 노조가 있는 나라(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적지 않다. 그래야 높은 사람들 입맛 따라 여기저기 불려 다니지 않고, 근무 시간 등 근무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그렇게 경찰 내부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경찰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교육 문제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정리= 박상준 <한겨레출판> 편집부 인문팀장 laughter@hanibook.co.kr 영상= 은지희 피디 eu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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