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05 19:32
수정 : 2012.11.0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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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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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에서 점술의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 수년 전부터 하루 종일 점술만 보여주는 텔레비전 방송이 절찬리에 운영중이고, 그 자매회사들도 인터넷과 전화 상담으로 복채를 마구 긁어모은다. 한화 3천원이면 누구든지 전화로 자신의 과거와 미래운명을 점칠 수 있다. 점술이 호황을 누린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불안해졌다는 증거다. 높은 실업률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금융위기와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공포감이 유럽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서양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점술가들이 활개를 친 적이 여러 차례였다. 제국주의가 말기 증상을 보인 19세기 말에도 그러했고, 양차대전 사이 그리고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1980년대에도 점술이 맹위를 떨쳤다. 집단적 불안감이 밀려오면, 인간은 “원초적인 미지의 지혜”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스어로 점술은 “비밀의 지혜”인데, 인류역사의 처음부터 점술은 금전을 매개로 판매되었다.
점집 많기로는 아마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가 한국일 것이다. 타로점과 인터넷 사주카페 등이 호황을 누리는데다 대학에서도 점술, 관상 및 풍수관련 학과가 제법 인기다.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관련업계의 연간 매출도 수조원을 상회한단다. 그러나 못 믿을 것이 점술이다. 공자와 석가, 예수 등은 점술 따위를 가르친 적이 결코 없었다. 그들은 직설과 비유로 제자들을 가르쳤다. 인생의 문제는 점술로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나라의 장래를 점술에 의존하면 되겠는가.
지난날 독재자 박정희는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기에 앞서 성공 여부를 점술가에게 물었다. 심지어 그는 ‘10월 유신’ 날짜도 점쟁이와 상의해서 결정하였다. 독재자의 점술사랑은 요란했지만 그러고도 피살의 비운은 피하지 못했다. 아직도 점집을 기웃거리는 정상배들이 적지 않다는데, 마음이 떳떳하지 못하니 점술에라도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쭉정이들부터 걷어내야 한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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