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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4 20:16 수정 : 2011.08.14 20:16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지난 4일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29세 흑인 청년 마크 더건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분노한 가족, 친지들이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하는 평화시위를 했는데, 이것이 전혀 예상치 못한 폭동과 약탈로 비화했다.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은 곧 런던 전역으로 퍼졌고, 버밍엄, 맨체스터, 리버풀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번 폭동은 여러모로 20년 전 미국의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시킨다. 1991년 3월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과속 운전을 하던 흑인 로드니 킹이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로부터 무자비하게 구타당했다. 이 장면을 우연히 근처 주민이 촬영해 다음날 텔레비전 뉴스에 공개되었는데, 이를 본 흑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게다가 재판에 회부된 백인 경찰관 네 명이 다음해 4월29일 몽땅 무죄 판결을 받자 마침내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흑인 폭동으로 로스앤젤레스는 사흘간 무법천지가 됐다. 55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도 2천명이 넘었다(한국인 가게는 특히 공격의 표적이 돼서 코리아 타운의 9할이 파괴됐다).

이번 런던 폭동의 원인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빨갱이 켄’(red Ken)이란 별명을 가진 전 런던시장 켄 리빙스턴은 현 보수 연립정부의 무리한 재정 삭감이 이번 폭동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가디언> 신문도 ‘보수 연립정부의 가혹한 예산 삭감과 긴축정책’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그로 인한 불경기와 열악한 고용 상황이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의 실업률은 7.7%에 달하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더구나 처음 폭동이 일어난 토트넘 지역은 실업률이 영국 평균의 두 배나 되고, 한 명의 구인 광고가 나가면 평균 54명의 구직자가 몰릴 정도로 고용 상황이 최악이다.

그러나 보수 쪽의 진단은 아주 다르다. 휴가를 중단하고 이탈리아에서 급거 귀국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폭동을 단순화해 ‘역겨운 범죄행위’로 규정하면서 법과 질서 회복을 선언했다. 닉 클레그 부총리는 “청년들의 상점 파괴와 약탈이 정부의 긴축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수당의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은 정부의 경찰관 감원을 비난함으로써 보수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나 이번 영국의 공통점은 약자를 포용하는 사회통합을 게을리하고 모든 것을 시장의 경쟁에 내맡기는 시장만능주의다. 그 결과 두 나라에는 일자리도 없고 미래 희망도 없는 소위 하위계급(underclass)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들이 폭동의 핵으로 떠올랐다. 영국은 이미 20년 전 마거릿 대처 총리가 무리하게 시장만능주의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빈번한 청년 폭동을 경험한 바 있다. 작년에도 보수당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3배나 인상하는 바람에 청년 데모가 일어났고, 보수당 정부의 철학에 따라 교육 목표에서 열등생들을 배제한 것도 이번 폭동의 배경이 되고 있다. 위험한 철학이 세상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영국이 잘 보여주고 있다. 어디서나 정치인들의 철학이 문제다. <끝> 경북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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