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7 20:28
수정 : 2011.07.17 20:28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미국의 국가부채 상한액은 14.3조달러인데 의회가 이른 시일 내에 이것을 올려주지 않으면 8월2일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8월3일 미국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노인 연금, 장애인 수당 등 각종 수표 7000만장을 발행할 수 없게 되어 대재앙이 일어나게 됨은 물론이고, 미국의 금리 인상, 투자 감소, 경기 후퇴, 나아가서는 세계적 불경기 재발이 우려된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미국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국가부채에 상한선을 처음 설정한 것은 1917년이었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의회 눈치를 보지 않고 1차대전 전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그때 정해진 상한선은 115억달러였으니 금석지감이 있고, 지금 상한액 14.3조달러는 1939년에 정해진 뒤 100회 가까이 조정에 조정을 거쳐 올라간 값이다.
클린턴은 르윈스키 사건으로 망신을 당하긴 했지만 재정은 잘 운영해서 두 번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때 후임자 부시에게 재정흑자를 남겨주었다. 그러나 부시는 ‘악의 축’ 운운하면서 두 개의 전쟁을 일으켜 엄청난 군비를 퍼부었고, 게다가 부자 감세까지 하는 바람에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의 90% 정도인데, 이 숫자는 경제학자 라인하트와 로고프에 의하면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키기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더구나 앞으로의 추세는 더 걱정스럽다. 미국 의회 예산처의 추계에 의하면 현 추세가 계속되면 2021년에는 이 비율이 100%를 넘을 것이고, 2035년에는 190%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10년간 미국 국가부채 4조달러를 감축하는 안을 발표했다. 감축의 4분의 3은 지출 감소에 의해, 4분의 1은 수입 증가에 의해 확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통 큰 양보였다. 왜냐하면 지출 감소의 상당 부분은 연금 및 의료보호 삭감에서 올 수밖에 없는데 이는 민주당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 진보파는 대통령을 원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화당은 세수 증가라는 4분의 1을 문제 삼아 이 안을 거부했다. 지금 공화당 내부에는 세수 증대에 결사반대하는 티파티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양당이 합의를 못 하고 시한폭탄은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 공화 양당 지도자들과 이 문제를 토의하던 중 공화당이 한 발짝도 양보를 하지 않는 데 화가 나서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상원 공화당 총무 매코널은 최근 교묘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국가부채 상한선 증액을 제안하고 하원이 그 안을 부결시킨 뒤 다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법이다. 이는 ‘합법적 눈속임’인데 강경일변도의 티파티 측은 이 안마저 거부하고 있다. 양당이 합의를 하건, 아니면 ‘합법적 눈속임’을 하건 빨리 문제를 풀어야지 대재앙으로 가서는 안 된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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