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
세계적 양극화 |
우리나라에서 양극화란 고질병이 나타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일이다. 그런데 소득 양극화가 세계적 현상이라는 관찰이 나와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소득 양극화 경향이 가장 심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소득분배에서 최고 소득계층의 몫은 대공황과 2차대전 기간에 감소했으나 1980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1976년에서 2007년 사이 미국의 총소득 증가분의 58%를 최고 1%의 부자들이 가져갈 정도로 집중이 심해졌다. 아들 부시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이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시켰다. 전에는 최고 1% 부자들의 소득몫이 8%였는데, 지금은 18%나 된다. 미국의 최고 10%의 부자들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가고, 90%의 사람들이 나머지 절반을 가져가는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자리 양극화를 들 수 있다. 전문직, 관리직, 금융, 연예, 스포츠 분야에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고, 그 반대쪽 극단에 있는 청소, 간병 등 소위 ‘궂은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사회의 허리를 떠받치는 생산직, 사무직 등 중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자리의 양극화가 중산층 붕괴와 소득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산층 붕괴 현상이 심각하다. 미국의 보통 시민을 대표하는 중간소득은 1970년대 이후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충격적이다. 과거 수세기 동안 아버지 세대보다는 아들 세대의 물질적 생활수준이 높은 게 당연한 사실이었으나 이런 철칙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지금 청장년 세대의 평균 실질소득은 아버지 세대보다 낮다. 그렇다고 평균소득이 절대적으로 감소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평균 소득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그 증가분이 꼭대기의 극소수 부자들에게 집중되고 중산층 이하로는 국물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중산층 붕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전에는 이것이 미국 특유의 현상으로 해석되었다. 정보화, 세계화와 더불어 시장의 승자가 소득을 독식하는 ‘싹쓸이 사회’가 탄생했고, 미국에는 가난한 미국과 부유한 미국이라는 두 개의 미국이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득 양극화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유럽, 일본까지 포함해서 전 지구적 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세계 선진국 22개국 중 소득 양극화가 진행중인 나라가 17개국이나 된다. 지난 4반세기 동안 프랑스, 벨기에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어 왔다. 전통적 복지 강국 스웨덴, 덴마크, 독일도 양극화에 예외가 아니다. 모든 나라에서 일자리 양극화가 진행중이다.
중산층 붕괴는 필연적으로 소비여력 감퇴를 가져온다. 현대는 소비사회이므로 소비 없이는 3년째 계속중인 세계적 불황에서 탈출하기도 어렵다. 세계적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적 양극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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