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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1 18:41 수정 : 2006.01.17 03:51

타이스촌 지방관 파면운동이 ‘한알의 불씨’
무력진압됐지만 부패·개발지상주의에 경종
홍콩 민주화 영향… 검열 통한 통제 불가능

7.중국 광둥성

지난 1일 중국 남동부 광둥성 광저우시 판위구의 어우캉서우 당 부서기가 타이스촌이라는 한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이 마을은 지난 9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민정국, 공안분국 간부 등이 동행했다. 당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던 이들은 이날 막 완성된 두 가지의 ‘민심 공정’을 시찰했다. 하나는 마을 안 15㎞의 거리에 가로등 330개를 설치한 ‘광명 공정’이고, 다른 하나는 1㎞ 남짓한 마을길을 시멘트 포장도로로 바꾸는 공사였다.

이 마을에 ‘새마을운동’식 풍경이 벌어진 건 지난 7월부터 석 달 동안 이어진 주민들의 시위사태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지난 7월 마을 주민들은 부패 무능한 촌위원회 주임 천진성을 파면시키기 위해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자 주민들은 촌정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지방정부는 무장경찰을 동원해 시위를 강제 진압했다. 이들에게 법률 자문을 해주던 인권 변호사 궈페이슝(39·본명 양마오둥)은 ‘군중 선동과 사회질서 교란’ 혐의로 구속됐고, 뤼방례 후베이성 인민대표는 경찰에 집단 구타당해 죽음의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지난 6일 무장경찰의 발포로 가족을 잃은 광둥성 산웨이시 둥저우촌의 한 유가족이 길거리에 빈소를 차린 뒤 향을 피우고 있다. <아주주간> 인터넷판
지난 9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판위구 타이스촌 주민들이 부패한 지방관리의 파면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이들을 막고 있다. <아주주간> 인터넷판

주민 서명에 의한 지방정부 관리의 파면이라는 ‘좋지 않은 전례’를 남기길 원하지 않았던 판위구 정부는 결국 지난 9월30일 타이스촌 주민 396명으로부터 서명 철회서를 받아냈다. 타이스촌의 ‘새마을운동’은 서명 철회에 대한 답례품인 셈이다. 촌민들은 23개 항목에 이르는 마을 환경 개선사업을 건의했고, 이 가운데 두 건이 완공됐다.

타이스촌 주민의 지방관 파면운동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중국 서민들의 권익의식을 한층 높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7월25일 광둥성 포산에서는 물류유통단지 개발을 위해 토지를 몰수당한 주민 1000여명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다. 지난 6일엔 발전소 개발에 토지를 몰수당한 광둥성 산웨이시 둥저우촌 주민 1만여명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최소한 3명이 사망했다. 지난 11일엔 판위구 치푸촌 주민 1만여명이 지방정부의 도로계획 변경에 항의해 국도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2005지구촌현장] 7. 중국 광둥성

광둥성의 잇단 집단 시위에 대해 민권운동가인 류샤오보는 “광둥은 홍콩과 가깝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의 시위 등을 보며 권익 의식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광둥성 당국은 홍콩 뉴스에서 ‘천안문 사태’, ‘민주당’ 등의 낱말이 나오면 홍콩의 광고 화면으로 대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뉴스를 차단하지만, 광둥성 주민들의 민도는 이미 검열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홍콩 기자들이 1시간 안에 달려올 수 있다는 점도 광둥성 주민들에 용기를 더해준다. 산웨이 주민들은 전화와 팩스로 홍콩 언론에 취재를 요청하기도 한다. 베이징의 한 인권운동가는 “중국에서 다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면 진원지는 광둥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광둥 타이스촌과 산웨이의 유혈사태는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부정부패와 개발 한탕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2003년 5만8000건이던 ‘집체사건(집단 항의 사건)’이 지난해엔 7만400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0월말 이미 8만건을 넘은 것으로 집계된다. 개발업자와 지방 부패관리가 짓밟고 있는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민초들의 뜨거운 함성은 메아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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