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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3 20:19 수정 : 2006.01.17 03:46

7월7일 영국 런던 연쇄폭탄테러 당시 부상당한 지하철 승객들이 구조요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에지웨어 지하철역을 빠져 나오고 있다. 런던/AP 연합

극단주의 억제 ‘숙제’ 로…유족들 “매일 눈물속에서 산다”
다문화주의 효용성 뜨거운 논란…인권침해 최소화한 테러방지책 주목


2. 런던

‘또 테러인가?’

지난 11일 아침 6시께 영국 런던 북서쪽 연료 저장 기지에서 3차례 연쇄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면서 런던 시민들은 7월7일의 악몽을 떠올렸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12일 “사고 발생 시각이 인명피해가 가장 적은 일요일 아침인 점 등을 보아 테러일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경찰이 테러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를 숨기고 있을 수 있다”며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

아침 출근길 시민 52명의 목숨을 앗아간 ‘7·7테러’는 2001년 9·11테러 이후 4년만에 다시 한번 세계를 테러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슬람 극단주의조직인 알카에다가 내세운 테러의 명분은 이라크전 개입에 대한 보복이었다. 더욱이 당시 테러범들이 이슬람 이민자 2세들로 밝혀지자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가 자생적 테러조직의 등장에 더욱 충격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런던은 적어도 겉으론 지극히 평온하다. 일부에선 자전거와 스쿠터 판매가 늘어나는 등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경향도 간혹 눈에 띄지만, 여전히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과 버스 등은 시민들로 북적댄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는 아직도 깊다. 11월 초 런던 세인트 폴 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7·7 테러로 22살 난 아들을 잃은 재닛 폴크스는 “매일 눈물 속에서 산다”고 말했다.


7·7테러에 놀란 토니 블레어 정부가 채택한 대책의 핵심은 강경책이었다. 테러리스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슬람사원은 폐쇄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이크발 사크라니 영국이슬람협회 사무총장은 “이는 이슬람 사회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만약 이 안이 현실화한다면 가장 위험한 법률이 될 것”이라고 5일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테러 용의자를 영장 없이 최장 90일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극단주의 관련 성직자와 웹사이트 운영자 등을 국외로 추방할 수도 있도록 한 반테러법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과도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구금일수를 28일로 축소한 수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최근엔 잇단 강경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무부 자문그룹은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 “정부의 지나친 테러 대책이 오히려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이슬람 단체를 불법화하는 내용의 반테러 정책이 오히려 이들을 ‘지하화’해 미래에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런던 테러는 영국이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다문화주의’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이는 7·7 테러 범인들이 영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평범한 이슬람 신자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롯됐다. 영국 언론들은 “다문화주의적 접근은 나라의 경제·사회·예술적 생활을 풍요롭게 하지만, 스스로 집단으로부터 분리된 공동체를 만들기도 한다”며 다문화주의의 양면을 지적했다.

런던의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체이덤 하우스) 안보 분석가 밥 에이어는 “영국 정부는 과격주의자들에게 천국을 만들어 주면 영국에 적대적으로 돌아서진 않을 것으로 믿었다”며 “하지만 이런 접근이 효력을 발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파키스탄계 영국인인 소설가 하니프 쿠레이시는 “다문화주의는 ‘전쟁이 아니라 참을 만한 가치가 있는 갈등’이라는 사고의 전환”이라며 다문화주의 정책에 찬성했다.

분명한 것은 영국이 아직도 테러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 런던은 여전히 이슬람 무장세력들로부터 테러 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블레어 정부가 전통적인 다문화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인권침해 논란 없이 극단주의자들을 막아낼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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