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다. 사진은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고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모니터를 살펴보는 모습.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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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정부, 환율 오를때마다 “외환보유 2천억달러 동원하겠다”
현금화할 수 있는 액수 적어…문제 원인 등 파악 급선무
최근 미국 다우지수는 7100포인트 대까지 내려앉아 2002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일본 경제 악화 등으로 장중 한때 7100포인트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당 80엔대까지 강세를 보였던 엔화가치도 일본 경제 악화로 달러당 97.8엔대까지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 주가지수 역시 2월 초 12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다시 1000포인트대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치솟아 지난 주말엔 1534원을 기록했다.
우리 연구소는 지난달 유료 회원들에게 보내는 ‘경제시평’ 자료를 통해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가 7000포인트 전후 수준까지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일본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붕괴로 일본 경제가 급격한 불황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80엔대까지 치솟던 엔화도 95엔대 이상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는 또 미국과 일본, 유로화권, 중국 등 세계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기악화는 매우 심각하여 경제위기를 넘어 제조업 기반이 붕괴 직전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들어 2월초 한국 주가급등 현상에 대해 주의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한국 경제의 생산이 멈추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실제로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연 환산 -22.4%로 나타나 그대로 입증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할 때마다 정부는 2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되풀이해서 말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경제 상황은 한가롭게 노닥거릴 상황이 아니다. 정말로 정부가 2000억달러의 보유외환을 풀어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다면 한시라도 지체하지 말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외환보유고 2000억달러는 장부상 수치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한 외화증권자산의 매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설령 매각을 하더라도 이미 거액의 투자손실이 발생해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보유외환 가운데 상당액은 이미 국내은행들의 외화차입 상환에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실제로 외환시장 개입에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외환은 거의 바닥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포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작년 연말에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외화 구걸외교를 하러 다녔던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가 바닥났다는 사실은 작년 4분기부터 한국의 미국 장기증권 순매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2008년 하반기에 미국채와 공채, 회사채 등 247억달러 상당의 미국 장기증권을 순매도했다. 이것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폭등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정부가 다급하게 장기 외화증권을 계속 순매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팔면 팔수록 대규모 투자손실도 같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가나 환율은 그때그때 시황에 따라 언제나 등락을 하게 마련이다. 한두 번 주가나 환율을 맞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구조와 제도, 시장의 속성 그리고 정책결정 과정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며,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어디서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경제의 구조와 펀더멘털, 그리고 정책결정 과정의 현실과 변화의 동선을 정확히 인식하고 올바로 분석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가나 환율 변동에 대한 예측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 동선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일 뿐이다.
김광수 소장(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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