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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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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보내며
공황도 보통 공황이 아니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뿐 아니라 좋아질 조짐도 전혀 안 보이는 가운데 점차 악화하고만 있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니 사람들 표정도 말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사상 초유의 경제난에 긴장한 빛이 역력하고 일부는 죽지 못해 산다는 표정마저 보인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절박한 표정들뿐이다. 인류가 경험했던 사상 유례가 없다던 물질적 풍요의 시대는 이렇게 끝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2차대전 이후 인류는 너무나 많이 물질과 환경을 낭비했다. 환경을 파괴해 자원을 고갈시키고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써버렸다. 이제 자연은 인간이 살기 어려울 만큼 파괴돼 지구 온난화가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릴 정도로 진행돼 버렸다. 이 시기에는 절약이 미덕이 될 수 없었다. 오로지 소비만이 상찬되던 시대였다. 사람들은 배가 터지게 먹고도 더 먹었다. 개인은 생체리듬을 잃어 비만에 시달리고 환경은 국가와 지구촌 차원에서 모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유 불가능한 상태로 진입했다. 자원의 낭비는 생명에도 위협이 되는 법이다. 그러나 다이어트 산업이 최고의 성장산업이 되는 이 시대에 역설적으로 아프리카와 중동의 어린이들은 매년 수만명이 굶어죽는다. 미국의 예를 들면 현재 미국인 절반이 비만과 과체중에 시달리지만 앞으로 10년 뒤에는 전체 인구의 70%가 비만 관련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미국 내부에서도 “외부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으로 나라가 망하기 전에 비만으로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우려가 실감 나게 들린다. 지난 세기에 인류는 정치·군사적인 사고에 갇혀 너무 많은 전쟁을 했다. 인간끼리 죽이고 죽는 무모한 게임에 목숨을 걸었던 게 사실이다. 지구촌이 세계대전을 두차례나 겪고도 나라끼리는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약탈해 무기를 만들어 사람을 효율적으로 대량살상하는 일에 정신을 팔았다. 나라 안에서는 경제·사회적으로 부자는 가난한 이를, 강자는 약자를 상대로 견디지 못할 고통을 안겨주고 착취하는 일을 즐겨 자신의 탐욕을 채웠다. 냉전시대에는 그나마 체제 경쟁이란 명분 때문에라도 복지에 신경 쓰는 척했으나, 견제하는 이념과 세력이 부재한 탈냉전의 현재는 약육강식의 생존방식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의 덕목인 양 횡행하게 됐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투기자본이 금융규제가 허술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제를 수탈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 시절에 투기자본이 거대 이윤을 챙길수록 그에 비례해 지구촌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 사람들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고통은 그 탐욕의 대가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자신들의 팔다리까지를 먹이로 삼는 제살 뜯어먹기의 고약한 지경에 이르렀다. 자! 생각해 보자. 내것 네것 가리지 않고 지구상에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다음 세대의 미래 양식과 자원까지 모조리 탕진한 반인륜적인 인간 군상들이 이젠 자기 살까지 뜯어먹는 최악의 정신착란 상태에 놓이고 그 바람에 전체 인류는 생존의 절체절명 위기를 겪는 희한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자기파괴적인 인류의 사고와 생존방식인 이런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불거진 전세계적 불황에 대한 현실적 대책으로 등장한 몇조달러 규모의 금융대책은 고통을 잠시 잊게 할 당의정이 될지언정 근본 치유책이 되기는 어렵다. 사람의 목숨을 뺏고 재물을 약탈하다가 이제는 다음 세대가 먹고 살아갈 자원과 환경을 약탈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물가치를 뻥튀기해 유동화한 자산을 근거로 미래 후손들이 누려야 할 미래 예상 교환가치까지 마구 미리 당겨 써서는 인류의 미래는 없다. 일하지 않고 재물을 탐하고 남에게 고통을 안겨 내 주머니를 불리는 도덕적 파탄의 투기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지 않고는 인류 공영의 시대가 올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구제금융으로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오산이다. 과거 패러다임을 답습하는 것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한계상황에 몰린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 지원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일제히 나서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정부는 적게 쓰고 적게 먹는 생활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공동체는 이 엄중한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절약은 여전히 미덕이 돼야 한다. 나든 남이든 사람이, 그리고 환경과 자원이 모두 하나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분리돼서는 서로 살 수도, 서로 살릴 수도 없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탐욕은 죄를 낳고 죄는 사망을 낳는다.’ 2008년을 보내면서 되새겨 보는 선현의 말씀이다. 김형배 기획위원 hbk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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