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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24 20:28 수정 : 2009.11.25 08:09

24일 저녁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공간으로 본 2009년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22차 한겨레 시민포럼에서 김용민 시사평론가(가운데)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김용민 평론가,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22차 시민포럼]
용산 남일당·부엉이 바위·쌍용차 평택공장…

#1.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224-1 남일당 건물. 애초 1층 ‘남일당’이라는 상호의 금은방에 사무실·병원·탁구장·호프집이 깃들어 있었다. 지난 1월 이곳에선 철거민 5명이 불에 타 죽었다. <부동산 계급 사회>의 지은이 손낙구씨는 남일당을 ‘서민 대청소’가 진행된 곳으로 평가했다. 그 뒤 남일당은 300일 넘게 이들을 위한 분향소 구실을 하고 있다. 부동산 부자들에게는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투기 블루오션’일 법하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취임 뒤 첫 행보로 남일당을 찾아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 자리를 떠난 뒤 더는 말이 없다.

#2.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산 3-10 부엉이 바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마을인 이곳에서 ‘농촌 살리기’의 가능성을 봤다. 부엉이 바위에서 내려보이는 봉하마을 일대에선 ‘오리 농법’으로 벼가 자랐다. 쌀은 ‘용산참사’ 유족, 이주노동자,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 등에 전달됐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죽음을 결행했다. 일부는 ‘정치적 타살’을 주장한다. 한때 ‘희망의 장소’였던 부엉이 바위 일대는 이후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추모공간’으로 변했다.

“서민들 삶의 공간
권력자 힘에 의해
약자의 무덤으로

김용민 한양대 겸임교수(신문방송학과·시사평론가)는 2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공간으로 본 2009년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22차 한겨레 시민포럼의 발제자로 나서 “2009년 한국 사회에서 공간의 성격은 이렇게 권력자에 의해 좌우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공간의 본래 모습이 ‘힘’에 의해 변형돼 시민들에게 무력감을 주는 곳이 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권력의 두려움을 떨친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생존권을 공권력으로 진압해 ‘약자의 무덤’이 된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도 비슷한 맥락의 장소로 봤다.

충남 연기군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경기 조안면 팔당 유기농마을에선 토건 세력과 지역주민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 종로의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 무효 청구 기각 결정’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은 ‘청부 수사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스스로를 희화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정부가 치밀하게 서민 삶의 현장과 밀착한 곳을 우리 사회 최악의 공간으로 만드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대기업이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까지 장악한 동네 골목, 결식 아동에 급식을 주지 않는 학교,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은 대학가 등이 구체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안 팀장은 “자살·실업·출산·보육·교육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초고위험군’으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적 공간’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짚고, 희망을 만들 방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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