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1 20:53
수정 : 2009.02.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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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우려내기 전에 원두의 볶은 상태와 신선도를 함께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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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 커피
중저가 커피 바람 일으킨 맥카페와 던킨도너츠, 양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커피빈 아메리카노 테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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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대상 : 커피 브랜드별 맛의 차이
◎ 조사 내용 : 중저가 커피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중저가 커피의 선전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일까? 아니면 광고처럼 맛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걸까? 네 종류의 커피 브랜드를 테스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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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광고 문구가 화제다. “이제 별도 콩도 잊어라”는 맥도날드 커피 브랜드 맥카페의 카피는 도발적이다. 이 회사의 광고를 보면, 일반인 모델이 등장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맥카페와 더 비싼 커피 사이에 맛의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도넛 전문점 던킨도너츠도 커피 시장 공략에 한층 더 힘쓴다. 두 회사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원두 종류보다 신선도가 맛 좌우
실제로 맛의 차이가 있을까? 광고에는 일반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지만, 맛경찰은 커피 전문가에게 시음을 의뢰했다. 이들의 입맛이 일반인보다 더 우월하진 않지만 더 섬세할 것이라 판단했다. 1위 업체 스타벅스와 수위를 다투는 커피빈, 맥도날드 ‘맥카페’, 던킨도너츠 커피 등 모두 네 종류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테스트했다. 아메리카노는 증기압으로 추출하는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은 것이다. 라떼 음료는 우유 변수가 끼어들어 공정한 비교가 어렵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경찰 수사에서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하는 몫을 전광수 커피하우스(02-778-0595/www.jeonscoffee.co.kr)에서 흔쾌히 맡아줬다. 전광수 대표, 김현경 전광수커피아카데미 강사, 커피전문 블로그 ‘카페人’ 운영자 박우현씨, 김상일 바리스타와 아카데미 수강생 홍종규·노진이씨 등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전광수 대표는 중남미·미국에서 커피 이론과 현장을 두루 공부했다. 커피아카데미에서 교육에도 힘쓰고 공정무역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원두 외에 다른 조건은 동일하게 했다. 김상일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분쇄해 똑같은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스타벅스·커피빈·던킨도너츠 지점에서 최근에 볶은 원두를 요청해 구입했다. 맥카페는 따로 원두를 팔지 않아 별도로 구했다. 테스트는 이달 5일 오후 전광수 커피 아카데미에서 이뤄졌다.
평가자들은 에스프레소를 뽑기 전에 원두의 볶은 상태를 먼저 살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원두는 상대적으로 강배전, 즉 더 많이 볶아 더 까맸다. 평가자들은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경우 라떼 음료가 많아 더 많이 볶았다고 추측했다. 우유 맛을 상쇄하며 커피 본연의 풍미를 내려면 더 많이 볶아 쓴맛과 향을 강화해야 한다.
스타벅스·커피빈·던킨도너츠 원두의 품종은 아라비카였으며 맥카페의 원두에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섞여 있었다. 아라비카는 맛과 향이 섬세하고 풍부해 로부스타보다 2~3배 비싸다. 로부스타는 구수한 풍미를 더하며 로부스타를 섞으면 바디(입에 머금었을 때 묵직한 느낌)가 묵직해진다. 그러나 전광수 대표는 로부스타는 싸구려고 아라비카는 고급이라는 선입견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바리스타의 의도와 마시는 사람의 기호라는 것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섞어 의도한 맛과 향을 잘 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전광수 대표가 원두 종류보다 중요하게 꼽은 것은 신선도다. 좋은 원두를 써도 볶은 지 오래됐다면 결코 좋은 맛을 낼 수 없다. 바리스타의 기술은 그다음이다. 로스팅 시점은 유일하게 커피빈 원두에 표기돼 있었다. 커피빈 원두는 지난해 10월에 볶았다. 스타벅스 원두에는 유통기한만 “2009년 4월”로 적혔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는 로스팅 시점은 유통기한으로부터 8개월 전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와 던킨도너츠는 로스팅 시점에 대해 각각 평균 6개월 전과 평균 1~2개월 전이라고 밝혔다. 던킨도너츠는 원두 유통기한이 6개월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에 원두를 공급하는 라바짜코리아도 원두 유통기한이 평균 6개월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신선도에서는 중저가 커피가 기존 커피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셈이다. 라바짜코리아와 맥도날드의 설명을 종합하면, 맥도날드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는 이탈리아 커피회사 라바짜의 ‘그랜드 에스프레소’ 제품이다. 가격은 1㎏에 5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커피의 차이는 우열이 아니라 기호의 차이
“후루룩! 후루룩!” 컵 속 커피를 순간적으로 빨아들여 마셔야 풍미를 잘 느낄 수 있다. 잇따른 소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테스트가 시작됐다. 다음은 6명의 커핑 테스트 시트를 종합한 것이다. 항목별 만점은 5점이다. 시음은 던킨도너츠 커피, 맥카페, 커피빈, 스타벅스 순서로 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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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커피 바람 일으킨 맥카페와 던킨도너츠, 양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커피빈 아메리카노 테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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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4개 회사 원두 모두 로스팅한 지 너무 오래됐다. 수개월에서 햇수가 지난 것도 있다. 맥카페는 한국인 입맛을 겨냥한 듯 구수하다.
⊙ 아침 출근 시간에 커피가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맥도날드 커피를. 느긋한 오후를 커피 한잔으로 즐기려면 커피빈으로. 던킨도너츠 커피는 도너츠와 함께라면 고려해도 됨. 만약 스타벅스를 간다면 되도록(아메리카노 보다)라떼를 주문할 것.
⊙ 커피는 신선도가 생명임을 증명하는 테스트였다. 순위를 매긴다면, 아메리카노로 시음할 땐, 맥카페>던킨>커피빈>스타벅스, 가격대비 품질 면에서는 커피빈>던킨>맥카페>스타벅스, 혼합음료로 시음할 땐, 커피빈>스타벅스>던킨>맥카페.
⊙ 순위를 매긴다면, 일반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커피는 ① 맥카페 ② 커피빈 ③ 던킨, 커피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커피는 ① 커피빈 ② 맥카페 ③ 던킨.
⊙ 맥커피는 숭늉맛이 나는 단맛과 쓴맛의 조화 속에 긴 쓴맛이 깔끔. 커피빈의 경우 강배전을 잘 살려 쓴맛과 단맛의 조화로 깔끔한 맛 추구. 던킨도너츠 커피의경우 약배전으로 신맛이 조금 살아있으나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 스타벅스 커피의 경우 볶은지 오래돼 쩐맛이 나고 탄맛의 텁텁함이 있음.
⊙ 맥카페과 커피빈 커피의 차이는 우열 보다 기호의 차이로 봐야한다. 둘다 신선도가 어느정도 살아있다.
이번 평가 결과를 근거로 중저가 커피가 기존 커피 브랜드보다 우월하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한 평가자의 말처럼 “음식 냄새 한가운데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켜놓고 일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은 커피만을 팔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도 판다. 그러나 적어도 맛에서 중저가 커피는 선전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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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치 의견 : 중저가 커피는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원두의 신선함에서 오는 맛의 경쟁력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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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ㆍ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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