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26 21:15
수정 : 2008.11.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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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해산물 토마토소스 파스타, 마르게리따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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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 음식 사이트 평가 맛집
음식 사이트 게시판의 평가들은 엇갈려도 공통된 의견은 귀기울일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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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대상 : 서울 가로수길 레스토랑 에이스토리
⊙ 조사 내용 : 요즘 젊은이들은 주로 인터넷으로 맛집을 찾는다. 애초 여행정보 사이트로 출발한 윙버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평가방식은 ‘집단지성’이라 할 만하다. 한 식당에 대해 이용자들이 줄이어 자신의 평가를 댓글로 단다. 찬성과 반대가 오간다. 같은 식당을 놓고 찬반이 극단적으로 갈리기도 한다. 맛과 분위기에 대한 분석적인 글보다 인상비평에 가까운 글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네티즌의 비평은 참고할 만한 것일까? 윙버스에 소개된 양식당 가운데 평가 숫자가 두 번째로 많은(56개) 레스토랑 에이스토리에 찾아가 인터넷의 평가가 실제 모습을 반영한 것인지 살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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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지나 어중간한 시간인데도 테이블이 절반이나 차 있었다. ‘기본기’에 해당하는 음식을 주문했다. 봉골레 파스타(1만8000원), 마르게리따 피자(1만7000원), 해산물 토마토소스 파스타(1만9000원)를 시켰다.
요리사 제트(이하 제트) : 식전빵을 잘라놓고 구운 게 좀 그렇군요.
고나무 기자(이하 고) : 그걸 알 수 있나요?
제트 : 빵 속은 부드러운데, 위쪽 겉면 말고 잘라놓은 단면이 바삭하잖아요?
고 : 빵을 잘라놓고 구우면 안 되는 건가요?
제트 : 그럼요, 빵이 촉촉하지 않고 마르기 쉽죠. 피자 바닥이 까마네요. 노릇노릇해야 하는데.
고 : 심하게 탔군요.
아쉬운 식전 빵 서비스는 만족할 만
제트가 직원을 불러 피자를 보여주며 “너무 탔다”고 말했다.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불편하시면 다시 준비해드릴게요”라며 즉시 피자를 가져갔다.
제트 : 음악도 약간 안 어울리네요. 이런 음악이 레스토랑과 전혀 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시간상 어울리지 않네요. 이렇게 템포가 빠른 하우스 음악은 밤에 와인 마시면서 들으면 좋을 듯합니다. 토마토소스 파스타 면은 너무 익었군요.
고 : 봉골레 파스타는 어떤가요?
제트 : 봉골레는 좀 낫네요. 그렇지만 봉골레 파스타 면도 알덴테(이빨에 씹힐 만큼 꼬들꼬들하게 익힌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보다는 더 익었어요.
이번에도 파스타를 뒤적거리고 있자, 보고 있던 직원이 먼저 달려와 “마음에 안 드시냐”고 묻는다. 제트가 파스타를 다시 익혀 달라는 말 없이 “토마토소스 파스타의 면이 지나치게 익었다”고 말했다. 직원은 다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요리하겠다며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가져갔다. 음식 수준은 기대보다 낮았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서비스는 나쁘지 않았다.
제트 : 토마토소스 파스타의 맛도 그렇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양이나 식재료가 너무 적군요. 이게 한 접시에 1만8000원이죠. 세금 붙으면 2만원꼴인데, 가리비는 냉동했던 걸 해동한 듯한 식감이 납니다. 홍합은 신선한데 너무 적고, 새우도 개수가 적군요. 마늘도 먹어 볼까요? 제대로 익긴 했는데 조금만 더 익혔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고 :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식도락 카페의 힘이 세죠. 예전 요리기자 선배가 “블로거들이 요리 전문가가 아닌데, 그에 비해 지나치게 권력이 커졌다”고 썼다가 악플이 무진장 달렸죠. 윙버스 같은 사이트는 한 명의 블로거가 평가하는 게 아니므로 블로그와는 다르지 않을까요? 요리사님도 윙버스를 종종 보시나요?
제트 : 가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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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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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스토랑에 대한 56개의 평가 가운데 별 셋 이하가 29개다. 총점은 별 다섯. 평가는 상반된다. 한쪽은 안 좋다는 평가다. “명성이 자자하기에 가봤는데 혹시 포스팅 죄다 알바인가요? 너무너무 실망. 스파게티 맛도 평범… 분위기도 평범… 좀더 단골을 확보하려면 맛의 개선이 시급할 듯합니다.” “매장 분위기가 아주 좋고 직원들도 친절하지만 손님이 워낙 많아서 불편함이 조금 있고 무엇보다 음식의 맛이 특별하지 않은 게 아쉽네요. 음식만 맛있으면 몇 번씩 가게 될 텐데”와 같은 평들이다. 괜찮다는 평도 있다. “역시나 사람들이 기다려서 먹을 만하더군요.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 조금 기다리긴 했지만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어요. 푸짐한 샐러드와 두툼하고 부드러운 안심 토마토소스의 새우요리도 환상적인 맛이더군요.” 평가들 가운데 “식전빵이 딱딱하다”는 지적이 공통으로 눈에 띄었다. 이번 맛경찰 탐방 땐, 식전빵이 딱딱하지는 않았지만 썰어놓은 뒤 구운 게 흠이었다.
고 : 네티즌의 평을 보면 서로 다른 평가 속에서 식당의 실체가 조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부분 전문가가 아니니 평가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 않나요?
제트 : 스크랩북 같은 이미지라고 할까요? 개인 블로그랑은 다르죠. 신뢰도를 100으로 보면 60점 정도 될까요?
고 : 그래요? 생각보다 신뢰도를 높이 쳐 주시는군요. 의외인데요. 요리사들은 인터넷을 대부분 불신하는 줄 알았는데요.
제트 : 사람의 입맛이란 어느 정도는 비슷하니까요. 평가들의 공통점을 찾다 보면 맛있는 것 한 가지는 나온다는 말이죠.
고 : 하지만 이들이 전문가가 아니라 갈피를 못 잡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두 사람의 의견을 좇을 때도 있고요.
디저트로 크렘 브륄레(Creme Brulee)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웹사이트에는 디저트에 대한 평가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제트 : 크렘 브륄레는 달걀 노른자와 크림을 섞어서 만든 달콤한 프랑스식 후식입니다. 신선한 달걀이 중요합니다. 신선하지 않으면 안 돼요. 한번 먹어 볼까요? 보통의 크렘 브륄레는 이보다 단단해요. 이곳 크렘 브륄레는 부드러운 편이군요.
요리사와 의사의 공통점
고 : 맛이 떨어진다는 말씀이신가요?
제트 : 그건 아닙니다. 나름대로 괜찮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수제’라고 메뉴에 돼 있는데, 맛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군요. 아까 웨이터가 사소한 실수를 했는데 웃고 넘기는 게 보이더군요. 그런 태도는 곤란합니다. 그런 점은 일본에서 배울 만합니다. 제가 일본 주방에서 일할 때 설거지하다 컵을 하나 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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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무 기자의 맛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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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주인이 주방장이었는데, 주방장은 가만히 있고 부주방장이 쏜살같이 달려와 주방장에게 사과하라고 하더군요. 그런 엄격함이 있죠. 그때 일본 요리학교 선생님이 했던 말도 기억납니다. “요리사들이 사명감을 가져야 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너희의 라이선스는 나라에서 준다는 점이다. 둘째,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의사와 요리사밖에 없다는 점이다”라고 말했죠. 요리사들도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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