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부산·대구·광주전남·울산·강원·충북·전북·경남·제주 10개의 지방 혁신도시로 옮겨 간 67개 공공기관 직원 2만여명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전국 평균 23.1%에 불과해 1만5000여명이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다니, 이런 비극이 어디에 있겠는가. 가족 동반 이주율을 높이려고 애쓰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몸부림도 눈물겹다. “‘신의 직장’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직원에 현금 퍼주는 ‘가난한 지자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잘 말해주듯이, 지자체들은 사실상 지역민에 대한 역차별도 불사해 가면서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각종 현금 지급을 포함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더 흐른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내년까지 2만7000명이 지방으로 더 내려가겠지만, 이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 역시 20%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런가? 무엇보다도 자녀교육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인서울’이라는 속어의 유행이 잘 말해주듯이,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한 집착이 병적인 수준으로 대중화된 세상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지방으로 데리고 내려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인서울’ 강화 정책을 씀으로써 오히려 혁신도시 사업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한 전국 4년제 대학 204곳의 2015학년도 정원 감축분 8207명 중 7844명(96%)이 지방에 몰려 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4년제 대학의 36%(73개대)가 모여 있지만 정원 감축은 전체의 4.4%(363명)에 불과했으며, 특히 40개 대학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줄인 정원은 17명뿐이었다. 재정지원 분배도 철저히 서울 중심이다. 교육부(7조4082억원)와 미래창조과학부(1조5195억원) 등 정부 부처가 2013년 각 대학에 지원한 고등교육 재원은 모두 10조5074억원인데, 학생 수가 1만6712명인 서울대 한 곳에 지원된 액수가 전체의 6.8%인 7155억원이다. 국공립대 중 학생 수가 2만3882명으로 가장 많은 경북대에 지원한 3164억원(3.01%)보다 2배 이상 많다. 학생 1인당 지원금으로 환산하면 서울대는 4281만원, 경북대는 1324만원으로, 서울대가 거의 4배나 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가 지방을 죽이겠다는 의도를 갖고 그러는 건 아니다. ‘대학평가’라고 하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문제는 그 근거가 ‘동어반복’이라는 데에 있다. 잘 생각해보자. 서울 소재 대학들은 한국의 권력과 부는 물론 문화 인프라와 일자리까지 집중돼 있는 서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즉 입지조건이라는 이점 하나만으로 우수 학생들을 독과점하고 있다. “개도 자기 동네에선 반은 거저먹고 들어간다”는 속설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나라에서 어찌 서울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으랴. 물론 지방에 부실한 대학이 많고 서울에 우수한 대학이 많은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건 입지조건의 유리함으로 인한 눈덩이효과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연고대가 라이벌 관계라는 말을 하지만, 두 대학 중 한 대학이 땅끝 해남으로 캠퍼스를 이전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어떤 국가적 지원이 뒤따른다 해도 해남으로 이전한 대학은 라이벌 관계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대학평가는 입지조건의 결과로 나타난 것들을 정원축소와 지원규모의 근거로 삼고 있으니, 이게 동어반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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