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30 13:59
수정 : 2008.07.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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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Jun-man, Professor of Mass Communications, Chonbuk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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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이명박 정부를 좌초시킬지도 모른다는 보수적 관점이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진보적 관점 모두 수용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일 정년퇴임한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마지막 수업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이) 직접민주주의적 요소 확대를 통해 이상적 민주주의에 대한 선망을 보이고 있지만 나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최선의 체제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당정치의 복원 내지는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 강화, 이를 통한 운동의 역할을 축소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선 “역시 최장집이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정부 여당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야당의 지지율은 10%대를 맴돌고 있는데다 촛불집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배제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반(反)정치’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치의 무덤’ 위에 핀 꽃이다. 그간 정당들이 해온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후 정치권이 더 큰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촛불정당’을 만들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어떻게 해야 정당정치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세 가지 의제를 던져보고자 한다.
첫째, 기간당원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은 없는가? 기간당원제는 정당 민주주의의 희망으로 여겨져 왔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기성정치 기득권 세력의 방해 때문인가? 그게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고조직 가입률은 89.2%(동창회 50.4%, 종친회 22.0%, 향우회 16.8%)에 이르지만, 공익성이 짙은 단체들의 가입률은 2%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건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문화며, 이런 토양에서 기간당원제는 ‘연고 기간당원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독특한 현실을 감안한 참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기존 ‘집단적 응징 투표’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는 ‘반감’(反感)과 ‘응징’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정치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투표 행태는 극단적인 쏠림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쪽을 죽였다가 저쪽을 죽이는 식으로 돌아가면서 죽인다. 그런 죽임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땐 직접행동으로 해결하려고 든다. 너무도 비생산적이다. 의원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느슨한 형태의 정당 조직문화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물 평가가 가능해지고 극단적인 정당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의원이 되는 것이 출세로 여겨지는 기존 풍토를 바꿀 수는 없는가? 그간 시도된 여러 정치개혁 프로그램이 실패로 돌아간 최대 이유는 ‘정치인=국민 뜯어먹는 직업’이라는 등식을 전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무조건 악(惡)으로 보거나, 물갈이를 많이 하는 걸 개혁으로 보거나, 세상에 대해 단순하게 말할수록 개혁파로 본다거나 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그러질 말고 의원에 대한 예우를 서민 수준으로 낮추면서 금배지를 ‘근로봉사’의 상징으로 여기게 만들 수는 없는가?
나는 세 번째 의제에 관심이 많다. 유치하거니와 황당한 제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도 개인과 가문의 영예를 위해 금배지 한 번 달아보겠다고 목숨 걸고 발버둥 치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정치개혁은 영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의 무덤’ 위에 핀 촛불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해 본 생각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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