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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3 14:46 수정 : 2008.05.13 17:50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 홀로 아이 키우기 이중고
집 나온 뒤 아이 쉼터에 맡기고 공장서 숙식
쉼터 지원도 한시적…2년후엔 ‘경제적 고통’


이혼하는 ‘외국인 신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희생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들 버려진 ‘이혼 이주여성’들의 위태로운 삶과 맞닥뜨리게 된다. ‘돈을 주고 신부감을 사오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이 빚어낸 또다른 자화상이다. <한겨레>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돌이켜보고, 그들과 새롭게 연대하기 위한 캠페인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를 12일부터 한달 동안 진행한다.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에 마련된 캠페인 게시판에 200자 안팎의 의견을 남기면, 영어·베트남어·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아시아 이웃나라들에 소개되고, 이들 나라에서 모은 반응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할 예정이다.


“민욱아, 생일 축하해!”

촛불 하나가 켜졌다. 베트남 여성 우엔 티 투이(22·가명)의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의 한 쉼터에선 투이의 아들 민욱(가명)이의 돌잔치가 열렸다. 잔칫상엔 과일과 떡 몇 조각이 전부였다. 하지만 쉼터 봉사자와 동료 등 다른 ‘가족’들 덕분에 두 모자는 모처럼 행복했다. 한 대학생 동아리의 도움으로 어엿한 돌사진도 찍었다.

2년 전 결혼중개 업체를 통해 한국에 시집 온 투이는 결혼 석 달 만에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남편은 늘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고, ‘돈을 주면 도망갈 수 있다’며 생활비도 주지 않았다. 민욱이가 태어나던 날도 남편은 술을 마셨다. 이런 생활을 견디지 못한 투이는 지난해 말 여섯달 된 민욱이를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왔다.

쉼터에 몸을 의탁했지만 당장 벌이가 없으면 아이를 키울 방도가 없었다. 투이는 서울 변두리의 한 봉제공장에서 먹고 자며 일을 하면서 주말에 한번씩 민욱이를 보러 온다. “남편은 양육비를 도와주기는커녕 이혼도 해 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요. 소송에 필요한 돈도 만만치 않다는데 ….” 투이는 “아이만 제 혼자 힘으로 키울 수 있다면 양육비를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며 울먹였다.

서울 성북구의 한 쉼터에서 지난 달 29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우엔 티 투이(가명)의 아들 민욱이의 돌잔치가 열렸다.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투이는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다 지난해 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이곳 쉼터에 머물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공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정식으로 양육권을 얻은 이들한테도 생계를 꾸리는 일은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남편과 이혼한 재중동포 최아무개(23)씨는 8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경기도 안산의 전자제품 조립공장에서 하루 꼬박 12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고 130만원 남짓을 번다. 중국의 부모에게 돈을 보내고 아이 병원비를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 최씨는 “일주일에 한 번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엄마 노릇을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이혼한 뒤 주변에서 아이 입양을 권했지만, 함께 죽더라도 내가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 권미주 팀장은 “그나마 쉼터에 머물 수 있는 2년 동안은 분유값과 어린이집 비용 등이 지원되지만, 쉼터를 벗어나면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법원에서 ‘매달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도 남편들 역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을 길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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