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4.19 20:29 수정 : 2009.04.19 20:29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가 세계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냉전체제의 종식 이후 구축됐던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막을 내리고 기존의 강대국 대열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강국들이 가세한 다극체제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두 번 열렸던 G20 정상회의는 다극체제의 출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극체제는 이데올로기 장벽을 소멸시켰다. 20년 전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데 이어 자본주의 진영의 핵심 이데올로기였던 신자유주의마저 파산함으로써 세계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미증유의 이념적 진공상태로 돌입했다.

세계경제 패러다임에도 대격변이 일어났다.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미국은 월가의 금융파산 이후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빠져 세계경제의 걸림돌로 전락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런던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경제는 이제 세계경제 성장의 유일한 엔진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의 실추된 경제적 위상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슈퍼파워로 군림해온 미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도움 없이는 파산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몰려 있다.

미국 경제의 몰락에 따라 중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수출의존형 국가의 경제성장 전략은 근본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 구조와 중국 등 수출주도형 국가들의 무역흑자 구조는 지속될 수 없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수출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에 이런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격변은 재앙이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새로 등장한 다극체제하에서 미국과 중국은 협력과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 20∼30년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G2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의 달러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경제를 떠받칠 것 같다.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영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으로 떠오른 미국처럼 중국도 현재의 금융위기 국면을 거치면서 세계 경제대국으로서 위상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다극체제는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이 두 슈퍼파워와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면 새로운 세계질서의 중심부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동북아시아의 안정화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 대북정책을 국내의 정치적 관점이 아닌 동북아의 지정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의 불안을 야기할 북한 체제의 급변사태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과도한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계속할 경우 동북아의 주요 현안들을 다루게 될 미·중·일 3국 논의구조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왜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국 정부가 천명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미-중의 접근은 한반도에 역사적인 해빙을 몰고 왔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으로 실현된 미-중 데탕트는 주한미군의 일부 철수와 7·4남북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다극체제 이행 국면에서 가속화되는 미-중의 신데탕트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동북아 정세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자세가 요망된다.


장정수 편집인 jsja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장정수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