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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9 21:26 수정 : 2009.03.29 21:26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지난 2월19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 <아사히신문> 인터넷 영문판에는 ‘미·중·일 3자 회담 개최돼야’라는 제하의 기고문이 실렸다. 모튼 아브라모위츠 미국 센추리재단 고문이 쓴 이 글의 요지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등장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서 세계 2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 중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브라모위츠는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른 시일 안에 중국 및 일본의 지도자들을 초청해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무부 정보조사 차관보를 지낸 아브라모위츠는 지난 2월3~7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과 함께 민간대표단 자격으로 방북해 북핵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아브라모위츠의 이 기고문은 한국 정부를 당혹감 속에 빠뜨렸다. 이 글이 미국 정부와의 사전 교감 속에 나온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미·중·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3자 대화의 필요성은 세 나라의 동아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절친한 사이인 아브라모위츠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특히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주무르게 될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내정자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3국 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한국의 외교부 당국자들은 각종 외교 채널을 동원해 미국과 일본에 3국 정상회담 개최의 부당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동맹 강화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 왔던 한국에 미·중·일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서도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구상이 아닐 수 없다. 세계를 사실상 지배하는 미국과 동북아의 강자인 중국 및 일본이 손잡고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핵 문제와 북한 급변사태 대응을 포함해서 동북아의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경우 한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미·중·일 3자 대화 구상의 핵심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전환이다.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과 손잡고 추진했던 부시 정권의 대중국 봉쇄정책을 전면적으로 폐기하는 대신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전략적 대화 파트너로 끌어들여 미·중·일 세 나라가 공동으로 동북아지역을 지배하자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 재무증권의 최대 매입국인 중국의 협조 없이는 미국 경제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현실이 깔려 있다. 미국은 3자 대화 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돼온 중-일 대립을 해소하고자 막후 중재자 노릇을 해 왔다. 3년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했을 때 미국을 먼저 방문했던 관례를 깨고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도 미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친미 노선 선회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국은 한-미-일 3국 공조체제가 가동되는 6자 회담보다는 한국이 배제된 3자 회담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을 가장 우려하는 일본과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는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남북한이 참여하는 6자 회담보다는 미·중·일 3자 대화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은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의 운명이, 대화가 단절된 남북한이 모두 배제된 상태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양쪽은 단절된 대화의 조속한 복원과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 안보 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장정수 편집인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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