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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4 22:11 수정 : 2009.01.04 22:11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국가적으로 위기를 만났을 때 지도자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위기를 잘 극복하는 지도자는 위기를 통해 국민적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지 못한 지도자는 무능한 지도자로 추락한다. 역사적으로도 위기를 통해 수많은 지도자가 부침했다.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대공황으로부터 미국을 구출해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칭송받는다. 반면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전임자인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경제대통령’ 이미지에 힘입어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대공황을 맞아 위기를 잘못 관리함으로써 미국에서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막바지 국면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에게 밀리고 있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월가의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판세를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었다.

극심한 불황의 파도가 서민 생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새해 연설을 통해 경제위기 수습책을 제시하면서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위기 극복의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대응이다. 하지만 그의 이날 생방송 연설을 들으면서 왠지 미덥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그가 그동안 경제위기에 대해 하도 자주 말을 바꿨기 때문이리라. 펀드를 사라,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살 때라고 하면서 경제를 낙관하던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경제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위기론을 설파할 때 누가 그의 말을 믿고 따르겠는가.

위기일수록 지도자는 국민에게 자신을 믿고 따르면 무난히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점에서 실패하고 있다. 그의 정책기조가 일관성을 결여한데다 극소수의 부유층이나 극우 성향 보수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쪽으로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지지율이 취임 초기부터 20~30%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서민과 중산층은 이미 현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누가 봐도 국민적 통합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도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여야가 힘을 합쳐 경제회생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스스로 편가르기에 앞장서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존재하는 법안들을 경제 살리기라는 허울을 씌워 한나라당 지도부에 강행처리를 주문하기까지 한다. 거국내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없이는 경제 살리기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이런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 집권 세력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기는 대개 권력의 절정기에 시작된다. 국정을 자기 의중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하게 되는 집권 2년차의 이 대통령에게 지금이 바로 위기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의 각종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크게 누적돼 있는 현재의 상황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밀폐된 압력솥을 방불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 하나가 정국 폭발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취임 초에 약속했던 대로 국민통합의 정치로 선회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이른바 엠비(MB) 법안들의 국회 강행처리 지시를 거두어들이고 여야 합의의 정치로 복귀하는 것이다.

장정수 편집인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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