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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0 20:47 수정 : 2008.07.20 20:47

장정수 편집인

장정수칼럼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남북 관계도 대화 단절이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과거사를 잊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맺고자 했던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그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 중국도 이 대통령의 노골적인 한-미 동맹 강화 노선을 대중국 포위전략이라고 의심하면서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는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굴욕적인 미국 쇠고기 협상을 타결했지만 그 대가로 손에 쥔 것은 국민적 분노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한-미 쇠고기 협상의 타결이 미국 의회의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당길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는 환상이고 착각이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공화당에 유리한 쇠고기 협상의 대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쇠고기 협상을 강행함으로써 촛불시위를 촉발시키는 등 정치적 재앙을 자초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실패는 이 대통령이 외교 브레인들과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외교 현안들을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그는 참모들과 사전 논의 없이 백악관의 한국인 출신 자문관을 통해 부시 대통령과 면담계획을 추진하다가 물의를 빚자 포기한 적이 있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지휘탑도 없다. 비전도 없고 철학도 없다. 청와대·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정원 등 외교안보 관련 기관들도 따로 논다. 외교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이상할 정도다. 합참의장이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사전 보고 없이 국회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 발언을 함으로써 남북 관계의 경색을 불렀는데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국방부가 시대착오적으로 육군 중심의 방위체제 재편을 밀어붙이는데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군과 해군의 현대화에 역점을 두고 방위력 증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육군 위주의 방위력 증대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패권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 동맹 강화에 한국의 외교적 생존이 달렸다는 환상 속에서 미국에 매달렸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은 퇴조하고 있고 미국 자체도 변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구축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유럽연합·중국·일본·인도·러시아 등이 영향력을 분점하는 다극 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구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북핵 문제의 급진전과 함께 진행되는 북-미 관계 개선은 동북아 질서 재편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앞으로 북-일 관계는 물론이고 중-일 관계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동북아에서의 미-중 관계도 협력과 경쟁이라는 이중구조 속에서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큰 흐름은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 속에서 일본의 대미 종속체제 탈피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역내 주도권 확보를 노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 패권주의에 함몰된 이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브레인들은 이러한 정세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거나 아예 눈을 감고 있다. 한-미 동맹 복원과 대북 강경노선이 그 산물이다. 미국조차도 용도 폐기한 대북 강경노선을 이 대통령이 계속 고수할 경우 한국은 외교적 고립을 자초해 동북아의 미아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장정수 편집인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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