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27 21:34
수정 : 2008.04.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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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수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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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수칼럼
싱가포르의 북-미 잠정 합의로 타결이 임박한 듯했던 북핵 협상에 다시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목표로 했던 미국 내 강경파가 최근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장악할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의 북한-시리아 핵 협력 확인 성명은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대북 정책을 비롯한 외교 주무 부서인 국무부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북한-시리아의 핵 협력 의혹을 소리높이 외치고 나선 것은 앞으로 미국의 북핵 협상 자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번 사태의 배경을 이해하자면 복잡하게 뒤얽힌 중동 평화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미국의 중동 평화협상은 최근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중재를 맡은 터키에 골란고원의 반환 의사를 밝힘으로써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과의 화해조건으로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의 반환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체니를 비롯한 미국 네오콘과 이스라엘의 벤저민 네타냐후 전 총리 등 매파는 골란고원의 반환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시리아 화해 자체를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네오콘과 이스라엘 매파는 시리아를 무력으로 굴복시키고 나아가서 이란의 핵시설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통해 파괴하는 등 전쟁 불사의 호전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백악관의 북한-시리아 핵 협력 성명이 나온 시점이 이스라엘-시리아 평화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북핵 협상에서도 북핵 분리 신고라는 싱가포르 잠정 합의가 마련된 직후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5년 6자 회담에서 북핵 합의가 이뤄진 직후에도 체니 부통령 추종세력이 대거 포진한 재무부가 북한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자금을 동결함으로써 북핵합의가 무산됐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백악관의 성명이 북핵 협상을 또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것인지의 여부는 현재로서 속단하기 어렵다. 그 경우 최대의 피해자는 부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타결이라는 중요한 외교적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속셈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유연한 자세로 북핵 문제의 고비를 넘겨 왔다. 싱가포르의 잠정합의는 북-미의 전략적 이해관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체니를 비롯한 네오콘으로서는 북한의 시리아 핵 협력 시인을 얻어냄으로써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관계개선을 저지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뿐만아니라 이스라엘이 핵시설 파괴라는 명분 아래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네오콘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기 끝나기 전에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도 강행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네오콘들은 북한의 시리아 핵 이전 시인은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국 교역 적용 중지와 같은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법하다.
문제는 백악관의 북한-시리아 핵 협력 성명이 과연 북한이 양해할 수 있는 내용이냐는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은 백악관의 성명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등 미국의 수뇌부가 북한에 대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완전한 공개와 검증 등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추가 양보를 요구할 경우 북핵 문제는 중대한 국면을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장정수 편집인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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