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13 20:15
수정 : 2011.03.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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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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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검 때 일이다.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사장에게 노조를 자극해서 파업을 유도하라고 권유했다. 본인이 자랑삼아 자백을 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대검과 대전지검의 공문서들도 많이 있었다. 공안검사 여럿을 처벌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여러 경로로 선처를 부탁해 왔다. 그 무서운 검사들도 자신들이 수사 대상이 되니 별수 없었다. 검찰 체면을 생각해서 관련 서류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왔는데 결국 이게 발목을 잡았다. 법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된 검사들이 방에까지 몰려와 그 서류들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걸로 수사는 물건너갔다. 그때 사정 봐주지 말고 대전지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처리했더라면 어땠을까. 결국 민간 출신들은 사퇴하고, 파견검사들은 대검 공안부장 자백은 취중 거짓말로, 검찰 공문서들도 허위작성된 것으로 몰아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엊그제 여야 합의로 판검사 비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청을 두기로 했다. 대검 중수부는 폐지된다. 그동안 검찰은 국민이 준 칼을 권력형 비리나 재벌 편법상속처럼 꼭 써야 할 데는 제대로 못 쓰고, 당대 정치·경제권력 실세들을 비켜난 사건에 대해서 쥐어짜기 식으로 수사를 한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정권으로 바뀌자 전 김대중 정권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해서 정몽헌 현대그룹 사장을 자살하게 했고, 현 정권으로 바뀌자 갖은 수모를 준 끝에 전직 대통령을 바위에서 뛰어내리게 만들었다.
검찰은 소액 후원금이 이익집단의 로비에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청목회 사건 관련자와 의원들을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청원경찰들의 노동 조건이나 임금은 워낙 열악해서 이를 개선하는 건 국회의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대가성 여부다. 검찰은 의원들이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고 법을 개정한 거라 주장한다. 어차피 정치후원금이란 게 자신의 뜻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모든 정치후원금은 기본적으로 대가성이 있다. 대가성이 있더라도 허용되어야 할 소액 후원금들은 많다. 이주민 노동자나 여성, 성적 소수자들의 모임에서 부당한 차별을 없애려는 공익 목적으로 여기에 앞장서는 의원들에게 소액 기부를 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기득권층들은 이미 주요 입법안에 대해 막강한 로비를 하고 있다. 사립학교 개방이사나 학교운영위원회, 대학평의원회를 없애려 한다. 병원들이 영리를 추구하도록 하고, 민영 의료보험을 통해 공적 의보 제도를 무력화시키려 한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상생법을 저지하려 한다. 이게 다 정부 관련부처나 국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로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대규모 법률회사가 일년에 십수억원씩 주고 고위 판검사나 관료들을 데려가는 것도 결국은 로비를 위해서다. 현직에 있을 때 로비를 처벌하던 판검사들이 퇴직해서 변호사가 되면 자신이 로비를 한다. 서민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직적이고 은폐된 로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저 불쌍한 청원경찰들 대우 좀 낫게 해주자는 걸 가지고 무슨 큰 정의의 칼이나 휘두른 양 나서는 건 참으로 딱하다.
투명한 정치를 위해서 소액 기부는 널리 장려되어야 한다.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 한 걸 두고 의원들의 제 논에 물 대기 식 행태라고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잘못이다. 다만, 이번 개정이 기업들의 기부까지 허용하도록 하는 등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어 이런 빌미를 제공했다.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이익과 의사가 입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려면 교사나 공무원들 그리고 기업이 아닌 일반단체들의 기부는 인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특별수사청은 수사 대상을 판검사 이외에 권력 측근이나 다른 사정기관으로 넓히고 그 독립성도 철저히 보장해야겠다. 이번 여야 합의가 좀더 국민을 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로비하고 감시할 일이다.
서민을 위한 로비는 죄가 아니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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