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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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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족들은 권세와 부를 계속 유지하려고 성골끼리만 혼인을 했다. 하지만 유전자 다양성이 있어야 마음과 몸이 건강한 자손들이 나온다. 단일민족을 자랑할 게 아니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유전자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종교나 도덕이 하나의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하나의 기준에 맞추려 하는 건 그 본뜻에서 어긋난다. 해탈이나 성인을 최고의 목표로 떠받들면 그게 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쩌나. 그냥 연기의 이치를 알 뿐이고, 그냥 자신을 비울 뿐. 이걸 당위로 내세우고 여기에 집착할 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분류한다. 에니어그램 이론은 아홉가지로 나눈다. 사람이나 사건을 대할 때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하는 이는 1번 유형. 간디가 여기에 속한다. 2번은 테레사 수녀 같은 박애주의자, 3번은 즐거움을 기준으로. 5번은 탐구형, 석가 같은 분이 대표적이다. 8번은 권력 중심의 사고를 한다. 어느 유형이 좋고 어느 유형이 나쁜지는 말할 수 없고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걸 가르쳐 줄 뿐이다. 이 에니어그램 이론을 몇 년씩 공부하는 이들도 있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어 가정이나 일터에서 원만한 관계를 맺게 된다. 십수년의 학창시절 동안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시험을 보았지만 지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별로 없다. 수학 공식도 다 잊었고, 역사 연표도 머릿속에서 다 사라졌다. 에니어그램을 학교 교과과정에 넣어 가르치면 좋겠다. 아내를, 시어머니를, 자식들을, 이웃을 이해하게 될 터이다.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의원도 성별, 나이별, 재산별로 그 인구수에 비례해서 뽑으면 어떨까. 십억원을 가진 이는 수십만원짜리 사글셋방에 사는 사람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노인은 젊은이를 항상 못마땅하게 여긴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위치에 서서 일을 풀어가길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남성과 여성이 대략 반반이니 국회의원도 반씩. 수천만원 이하 재산을 가진 이들의 인구비례에 맞게 의원 수를 정하면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법 같은 건 애초에 나올 턱이 없다. 다양한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법을 만드는 국회는 ‘나라의 의회’가 아니라 ‘그들만의 의회’일 뿐.
배롱나무 꽃에 매달린 빗물을 떠는 노모를 그냥 바라만 볼 일이다.
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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