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 고추밭에서 밭이랑에 비닐씌우기 작업을 하다 쉬고 있는 한순금(59 왼쪽)씨와 동료.
|
[길에서 만난 사람] 양구 조선족 일꾼 한순금씨
남편·아들과 같이 한국 와 일하고 또 일하고
고향으로 돈 부치며 귀향 날까지 ‘행복 저축‘
거대한 그릇을 닮은 강원도 양구 해안분지. 전체 모습을 사진에 담으러 만대리쪽 산 중턱으로 올랐다. 연무가 끼어 온 마을이 희미하다. 포도밭에 지천인 민들레꽃과 홀씨를 찍고 발을 옮겼다. 산자락과 밭 사이 나무그늘 밑으로 물통을 든 아낙네가 보인다. 거기 샘이 있었다.
"고저 일하고 나서 먹는 물맛이 최고야요." 연변에서 온 조선족 일꾼 한순금(59)씨다.
물통이 무거워 보여 들어주겠다고 하니 "일 없시요" 한다. 사양 끝에 "한국 사람들 정말 친절합네다"하며 물통을 넘겨준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쉬는 밭둑에 이르자 한씨가 "여러분들, 이 양반이 물통을 옮겨다 줬시요" 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20여명이 고추를 심기 위해 밭이랑에 비닐 씌우기 작업을 하다 쉬는 중이다.
중국 연변자치주 길림성 연길시에 사는 한씨는 6개월 전 남편 김장순(64)씨·아들(37)과 함께 5년 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다. 아들은 서울 건축 현장에서 일하고, 한씨 부부는 같이 온 조선족 일행 60명과 양구군 해안면에서 일하게 됐다.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고 하루 3만원씩 받는다. 40대 아주머니부터 70대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받는다.
"한달에 한번씩 신봉(월급)으로 받기도 하고 일당으로 받기도 하고 고저 원하는 대로 받습네다."
|
양구 해안면에서 일하는 조선족 일꾼 한순금(59)씨. 연변자치주 길림성 연길시에서 6개월 전 남편, 아들과 함께 돈 벌러 한국에 왔다.
|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