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전문 극단 ‘진동’과 극단 대표 박종우씨(윗줄 맨 오른쪽).
|
[향기 나는 사람들] 박종우 청소년극단 ‘진동’ 대표 (상)
“피는 꽃마다 다 빛깔 다른데 탈출을 일탈로 억압”
서태지에 웃고 우는 아이들 만나 청소년극 눈떠
청소년 전문 극단 ‘진동’을 이끌고 있는 박종우(42) 대표는 성적 지상주의와 학벌 중시 사회 속에서 숨 막혀 하는 청소년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서입니다. 그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8년이 됐습니다.
“연극은 성인극과 아동극으로 나뉩니다. 극단을 운영하려면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연극이나 부모가 아이들과 손잡고 찾아오는 아동극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청소년 연극은 시장이 거의 없습니다. 박 대표는 “틈새가 있다”고 웃지만 가난한 예술인의 대표격인 연극인으로서 돈과는 더욱 거리가 먼 길을 택했습니다. 그런 탓인지 그의 극단 사무실은 대학로, 동숭동 등 연극 하면 떠오르는 동네와 거리가 먼 서울 이문동의 주택가 골목 지하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학로 연극동네와 거리 먼 이문동 뒷골목 지하방에 극단
연극을 통해 청소년과 마음을 나누는 박종우씨.
|
“청소년들이 공감하는 연극,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연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박 대표가 2001년 극단 ‘진동’을 만든 이유입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가슴에 진동을 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창단 작품인 <비행하는 이카루스>는 비행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고, <렛츠 알바>에는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담았습니다. <견우와 직녀> <지금 해라> <목소리를 높여라> 등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일곱 작품이 모두 그렇습니다. 특히 '찌질이' 학생이 권투를 배우며 삶의 자신감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지금 해라>는 2005년 초연한 뒤 지금까지 공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패한 작품도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등학생 이야기를 담은 <리틀맘>입니다. 소재가 너무 급진적이어서 그런지 초청하려는 학교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2천만 원 이상을 까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자신의 연극을 보고 공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경영이라는 현실이 주는 어려움을 잊곤 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연극에서 자신이나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더 나은 현실로 가는 첫걸음이지요.” 그는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