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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1 20:01 수정 : 2017.11.01 14:03

‘사진의 섬 송도’ 참가자와 주최 쪽 운영위원들이 지난 28일 포항 송도 코모도호텔 앞 솔밭에서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 행사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 이색적인 포항 사진페어

‘사진의 섬 송도’ 참가자와 주최 쪽 운영위원들이 지난 28일 포항 송도 코모도호텔 앞 솔밭에서 자신의 대표작을 들고 행사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서울과 지역의 연결과 발굴‘ 취지
포항예술문화연구소에서 주관

갤러리와 출판사 관계자도 참여
작가 작품 눈여겨 보며 저울질

침대에도 화장실에도 사진 걸고
창 밖 풍경이 사진으로 들어오기도

1층 로비에서는 사진 경매 열리고
끝날 때 가족 친지와 자축 파티도

“다양한 전시 좋지만 기획 성격 모호
아름다움의 이면에 메시지 담아야”

10월27일부터 29일까지 포항 송도 코모도호텔에서 ‘2017년 사진의 섬 송도’가 열렸다. 포항예술문화연구소(소장 안성용)가 주관한 이 행사는 3일 동안 호텔 객실 40개 모두를 빌려 방마다 40여명의 사진가가 독자적인 포트폴리오 전시를 여는 호텔아트페어 형식을 취했다. 회화나 다른 장르의 경우 호텔페어가 간혹 열리긴 했지만 사진만 참여하는 호텔사진페어는 처음이었다. 작가들이 참가비를 내고 들어왔고 서울의 인덱스갤러리, 갤러리브레송, 나우갤러리 등과 부산의 리빈갤러리, 그리고 눈빛출판사가 같이 참여하여 교류의 장을 만들려는 취지라고 주최 쪽이 밝혔다. 안성용 소장은 “포항의 사진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유명 갤러리와 출판사에서 포항이나 다른 지역의 사진을 서울과 한국 전체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1박 2일 동안 호텔방을 누비면서 작가, 관객, 갤러리와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방 크기나 구조 미리 몰라 아쉬워”

대형 호텔의 스위트룸이 아닌 다음에야 방이 그렇게 넓을 수가 없다. 따라서 거의 모든 방엔 침대에도 사진을 놓았다. 어떤 작가는 화장실에도 사진을 걸었고 창문을 이용하거나 벽을 이용한 작가들도 있었다. 조명이 밝은 방도 있고 침침한 방도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조금 더 밝아야 할 것 같았다. 이 점에 대해 한 참여작가는 “사전에 방 평수가 얼마인지 몰라서 아쉬웠다. 방 구조에 따라 어떻게 어울리는지 준비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포항 코모도호텔은 송도에 있고 송도엔 지금도 소나무숲이 제법 울창하다. 호텔방 창문 너머엔 건물 3층보다 키가 큰 소나무들이 바로 보였다. 덕분에 몇몇 방에서는 걸어놓은 사진 옆으로 난 네모난 창이 프레임 역할을 하여 소나무 사진처럼 보이기도 해서 좋았다. 많은 방의 창호지엔 은행잎이 들어 있었다. 따라서 실루엣처럼 보이는 은행잎을 고려해 사진을 세우거나 걸거나 뉘어놓은 작가도 간혹 있었는데 감각이 돋보였다. 206호실의 유용예 작가는 해녀 작업을 담은 사진을 전시했는데 침대 위에 놓는 정도가 아니라 침대보다 더 크게 출력을 해서 침대보처럼 덮어두었는데 엉뚱하지만 어울렸다. 이번 전시가 생애 처음인 작가가 제법 됐다. 그런 작가들은 자기 방을 찾는 손님 관객에게 정성껏 설명을 했다.

관객들이 전시실로 변한 유용예 작가의 방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303호 이인식 작가의 방.
유소피아 작가의 방
양재문 작가가 자신의 전시작 <비천몽>을 설명하고 있다.
김남효 작가의 방.
본격적으로 작가 인터뷰에 나섰다. 303호실의 이인식 작가는 10대 후반부터 사진을 찍어왔다고 했다. 이 작가는 디지털카메라가 본격 등장할 무렵 몇십 년 동안 찍었던 양동마을, 불국사, 포항제철 등의 사진과 필름 4만 컷을 태워버렸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나 싶다. 디지털이 나타나자 매혹당했다. 화가 난 것은 아니고….” 이 작가는 일출 사진으로 방을 가득 채웠다. 컨버터를 달아 1000밀리 망원렌즈로 찍은 해가 방 안에 수십 개 벌겋게 떠오르고 있어 장관이었다. 요즘도 매일 새벽 바다로 나간다고 했다. 이 작가는 일출 사진에서 핵심은 적절한 구름이라면서 “구름과 일출은 상극일 수도 있다. 구름 낀 날은 해가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데 구름이 하나도 없으면 해가 올라오면서 주변을 다 먹어버린다. 구름이 많아야 부드럽게 해가 나온다. 구름이 채색한다. 구름이 없어 완전 동그랗게 해가 뜨면 오메가만 있을 뿐이다. 그런 오메가는 나에게 수천 장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고향이 전남 담양인 김민홍 작가는 자작나무를 걸었는데 눈을 비비고 봐야 했다. 초점이 잘 안 맞았다. 김 작가는 “스트레이트로 찍은 것이 아니라 핸드블러 기법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멋진 자작나무숲이 더욱 환상적으로 변했다. 멀리서 포항까지 오셨다고 했더니 “이번 행사의 홍보위원 중 한 분이 2년 전부터 에스엔에스(SNS) 친구다. ‘사진의 섬 송도’ 취지를 이야기하면서 포항 사람들에게 나의 특이한 기법을 소개하고 싶다고 해서 한 번 사양하다가 참가하게 되었다. 인제와 홍천의 자작나무숲에 가서 내 이름 대면 다 안다. 수백 번 갔다”고 답했다.

자신도 콜라주 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217호실의 나호권씨는 포항사진동아리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나씨는 “포항 사진 활성화를 위해 이번 행사는 참으로 영광스럽다. 조문호, 김문호, 양재문…. 이런 분들이 자리를 빛내주셔서 더없이 고맙다. 포항사진인을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221호실에 붙은 이름은 특이했다. ‘B급사진’. 전국적인 사진동아리인 ‘B급사진’ 회원 중에서 포항에 거주하는 4명이 이번 ‘사진의 섬 송도’ 행사에 공동으로 참여한 것이다. 사진만이 가지는 끝없는 고민이자 매력이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 이 방에 걸린 네 명의 사진과 다른 방에 걸린 작가의 사진에 한 치의 등급차이가 없다. 다만 이들은 자신을 ‘B급’이라 했으니 누가 시비 걸 일이 없겠다. 넷 중의 한 명은 2014년에 한겨레 사진마을이 ‘이달의 사진가’ 중 한 명으로 뽑았던 백창원씨였다. 당시 백씨는 치아를 닦게 하려는 엄마와 이를 피하는 아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 1년을 사진으로 기록해 안팎에서 “너무 신선하다”는 평이 자자했다.

구체적으로 이름 꼽기도

일요일 오후 3시가 되자 호텔 1층 로비에서 사진경매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작가들 중에서 희망에 따라 선별적으로 30여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 경매가는 평균 10만원에서 출발했으니 굉장히 저렴한 가격임에도 사진을 사고판다는 것에 아직 익숙지 않아서인지 좀처럼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럭저럭 12점 정도가 팔려나갔고 경매 진행자는 “오늘 작품을 사간 사람은 거의 거저 가져가시는 것”이라고 두어 번 덕담을 건넸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취지 중의 하나는 서울과 지역의 연결과 발굴에 있다. 행사를 둘러본 갤러리 관계자의 반응이 궁금했다. 인덱스갤러리 최건수 관장은 “다양한 전시를 불러모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 것은 당연히 칭찬할 만하다. 그런데 기획 성격이 모호했다. 아트페어인지 부스전시인지 불분명했다. 전시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주최 쪽이 더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눈여겨본 작가가 있는지 물었다. “다큐멘터리 쪽은 조성기 작가, 파인아트 쪽은 박종효 작가가 시선을 끌었다. 내년에 젤라틴실버 프린트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는데 초대할지를 고려해보고 있다”고 했다. 갤러리브레송 김남진 관장도 전반적인 행사에 대한 평가는 비슷하게 내렸고 눈여겨본 작가로 김남효, 김동진, 강레아 작가 등을 꼽았다. 리빈갤러리 안숙형 관장은 “다양한 노출의 기술에 따른 매혹적인 색깔과 멋진 구도 속에서 행복했다. 앞으로 더 발전이 있길 기원한다”며 눈여겨본 작가로는 김수정씨 등을 들었다.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작가들 사이에 기복이 큰 것 같은데 돌려 말하면 다양성이 돋보인 것이기도 하다. 사진집을 낼 만한 작가를 찾으러 왔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탐미주의자가 되어선 안 된다. 아름다움에만 그치지 말고 사회성, 시대성, 역사성이 중요하다. 미에 대해서만 집착하지 말라. 아름다움의 이면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 독자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일출도 좋고 꽃도 좋고 철판도 좋은데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서는 안 된다”며 “문재남, 문혜성 작가 등 몇 명을 눈여겨봤다”고 밝혔다.

일요일 밤이 되자 외지에서 온 작가들은 하나둘씩 사진을 떼고 짐을 꾸렸고 호텔은 적막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방에선가 아이들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포항과 근처에서 참여한 작가들은 가족과 친지들이 축하 방문차 찾아와 이왕 전세로 빌려놓은 호텔방에서 호텔사진페어 참가를 자축하는 파티를 열고 있었다. 호텔페어의 장점 중 또 하나를 발견했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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