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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17 19:03 수정 : 2017.10.18 11:37

지난 12일 ‘아! 독도아리랑’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류가헌에서 김지현 교수가 독도 물밑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 다이버·사진가인 김지현 수산학 박사

지난 12일 ‘아! 독도아리랑’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류가헌에서 김지현 교수가 독도 물밑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20년 넘게 자비 들여 오가며 사진 찍어
2014년부터 해마다 1권씩 책 4권 내
세계 곳곳 바다 훑고 다니다가 ‘번쩍’
‘최초,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이 독도’

일본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자료
학자로 수중촬영가로 할 일 해
1년 중 촬영 가능한 날 50일 안팎
1천 컷 눌러도 한 장 못 건질 때도

독도 해양생물 모두 550종 추정
내년까지 모두 찾아 5번째 책 계획
1년 비용 책 제작비 포함 1억원
4천 권 찍었지만 팔린 건 10권?

‘돈을 낙엽처럼’ 말처럼 수입 전부 써
“이 책은 독도에 대한 나의 기도”

15년 넘게 독도에 사는 430종의 해양생물을 직접 다이빙하여 사진을 찍고 제 돈을 들여 두툼한 ‘해양생물생태 도감’으로 낸 사람이 있다. 책에 든 모든 글도 직접 썼다. 김지현(65) 박사가 그 주인공인데 5권을 목표로 잡아 2014년부터 1년에 한 권씩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어 올해 10월 초에 네 번째 독도 도감이자 사진집인 <아! 독도 아리랑>을 냈으며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출판기념 사진전을 열었다. 지난 12일 전시장에서 김지현 박사를 만나 다이빙과 사진과 독도 이야기를 들었다. 김 박사는 1982년부터 다이빙을 시작했고 현재 씨마스(CMAS)코리아 트레이너다. 수중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90년부터라고 했다. 그는 2002년에 군산대학교 대학원에서 수산학 박사를 취득했고 올해 정년퇴임을 하기 전까지 겸임교수로 군산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왔다.

용치 놀래기(♂) / Halichoeres poecilepterus 소라 / Turbo cornutus (독립문 바위)
찍기 바라는 생물도 희망으로 소개

-독도를 찍는 작업이 여러모로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람들이 내가 낸 독도 사진집을 보면서 하는 첫 질문은 ‘이 사진을 누가 찍었느냐’는 것이고 그다음은 ‘이거 돈 되는 일이냐?’다. 내 얼굴이 나온 사진 말고 전부 내가 직접 찍었다. 그리고 돈 안 된다. 그럼 묻겠지? 왜 이걸 하느냐고. 군산대의 최윤 교수가 어류 분류학을 하는 분인데 내가 찍은 물밑 사진을 보더니 자신이 글을 쓸 테니 내 사진과 묶어 책을 내자고 하더라. <낚시 물고기 도감>부터 <한국 어류 대도감> 등 6권의 공저를 냈다. 그 후 내 단독으로도 책을 내고 싶었는데 마침 어떤 업자가 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해 와서 5권 세트로 된 <세계 해저의 생태와 생물>을 2004년에 내게 되었다. 조금 더 큰 포부가 있어 15권짜리를 기획했고 꾸준히 세계 곳곳의 바다를 훑고 다녔다. 2012년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필리핀 바다에 들어갔다가 해변으로 나와서 생각에 잠겼다. 전세계에 수중생물학자도 많고 다이버도 많고 사진도 많은데 나도 그중 하나인가. 그러지 말고 남들이 못 하는 것,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자고 결심했다. 내가 최초,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을 찾았더니 바로 답이 나왔다. 독도였다. 독도를 집중적으로 찍기로 결심하고 예전에 찍은 사진도 일부 활용하여 사진집을 내기로 했다.”

서도 수심20m 수중동굴 천장 공기주머니(Air pocket)표면에 비친 거울현상; 원통뿔산호/ Melithaea flabellifera cylindrata가 거꾸로 자라서 물속 수면 거울에 반사된 모습.
-돈이 안 된다는데 왜 하는가?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는 주장이 있고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둘 중 하나는 틀렸다. 물론 나는 한국인이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생각하지만 제3자가 볼 때는 무슨 자료로 한국 영토임을 주장할 것인가? 어떤 이들은 독도를 땅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독도는 바다 없이 이해될 수 없다. 일본 사람들에게 결코 없는 자료,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자료가 나에게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 전세계 어떤 다이버, 어떤 해양생물학자도 독도 해양생물의 다양성에 대해 책을 내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 나는 다이버이며 사진도 오랫동안 찍어왔다. 나는 수산학 박사이며 20여년 강단에 섰다. 무엇보다도 나는 독도 바다에서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다. 나? 애국자 아니다. 해양생물학자로 수중촬영가로 내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지현 박사와 인터뷰를 하기 전에 사전 조사를 했다. 뜻밖에도 다른 매체와 인터뷰를 한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김 박사에게 직접 물었더니 “나는 독도의 바닷속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내가 나를 먼저 알리는 것은 부끄럽잖아? 그런 것을 기대하고 독도에서 다이빙하는 거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가시항아리해면류 / Leucandra sp. (미기록종) 독도 연안 수심 20~30m에서 살아간다. 군체 색상은 전체적으로 밝은 황색이고 모든 외부표면은 부드러운 털로 조밀하게 덮여있다. 채집하여 전문적인 분류가 필요한 종이다.
“나보다 큰 문어가 렌즈에 쩍”

김 박사가 2014년에 처음 펴낸 <아! 독도 119>는 해양생물 기록에 독도의 생태환경과 지리에 대한 내용, 그리고 독도가 우리 땅인 역사적 이유를 정리한 글까지 더했다. 2015년에 발행한 두 번째 책 <아! 독도 112>에서는 독도에 살고 있는 생물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가 앞으로 독도에서 찍기를 희망하는 생물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고래상어, 만타가오리 같은 해양생물을 우리나라의 다른 바다에선 찍었는데 독도 인근 바다에서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뜻이다. 제주도에 있으면 독도에도 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난해에 나온 <독도의 눈물>은 앞선 책에 이어 새로운 해양생물 105종을 추가했다. 올해 나온 <아! 독도 아리랑>까지 합하면 430종 정도를 찍었다. 김 박사가 추정하기에는 독도에 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해양생물은 550종에 이르는데 2018년에 출간될 <독도 NO.5>(가제)까지 550종 모두를 찾고 찍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박사는 “처음에는 쉬웠지. 찍는 놈마다 처음이니. 그런데 갈수록 어려워지는 거라. 이젠 1~4권에 나온 녀석들만 보인다”고 했다.

원양커튼해파리 / Dactylometra quinquecirrha (서도 어민숙소 앞 수면)
그동안 독도에 몇번이나 갔는지 궁금했다. 김 박사는 “몇번 갔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장비 들고 독도 가면 수중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1년 중에 기상이 허락하는 날은 50일 안팎이다. 그래서 다이빙 횟수가 중요하다. 그동안 책에 들어간 것이 430종이니 430번 정도 다이빙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한 번에 한 종 찍기가 쉽지 않다. 슬라이드 필름 한 롤에서 한 컷 건지기 쉽지 않다. 어떤 때는 천 컷 눌러도 책에 쓸 사진 한 장 안 나온다. 물밑은 어둡다. 공기통 하나 다 쓰면서 한 컷 잡기가 어렵다. 공기가 끝나가서 올라오는데 새로운 종이 하나 보이면 기가 찰 뿐이다. 다시 들어가? 400번 넘었으니 손바닥? 눈 감고 간다면 거짓말이다. 물속은 아니다. 다양하고 아기자기하고 복잡하다. 금방 갔던 곳도 한 시간 후에 가면 물속을 못 찾는다. 변화무쌍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진도 그렇고 다이빙도 그렇고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을 것도 같았다. 그랬더니 김 박사는 “전문가가 되면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지를 먼저 타진해본다. 오버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말은 전문가가 할 소리가 아니다. 위험할 것 같은데도 용기를 내서 들어간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물속은 예측이 힘든 곳이니 정말 위험한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책은 독도에 대한 나의 기도다. 조용히 무릎 꿇고 하는 것만이 기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위험하다기보다는 당황스러운 순간은 있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원래 물고기는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야 한다. 한 번은 나보다 훨씬 큰 문어가 나한테 오더니 카메라 렌즈를 딱 붙들고 당기는데 혼났다. 하우징까지 12㎏ 넘는 카메라 두 대를 손에 쥐고 있어 애먹었다. 또 한 번은 거미불가사리라고 있어 다리가 굉장히 가늘고 또 약해. 그놈을 찍으려는데 놀래기가 와서 쏙 잡아먹어버리는 거야. 먹이가 더 급했는지 옆에 있는 나는 의식도 안 하는 거야, 허허” 하면서 웃었다.

동도와 서도 사이 수심 8m 죽은 해조류 가지 위에 터를 잡은 해조류. 큰불레기말 / Colpomenia claytoniae
첫 책 <아! 독도 119>의 119는 중의적

책 제목들이 재미있었다. 김 박사는 책은 제목과 첫 5페이지가 대세를 가른다면서 첫 책을 낼 때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독도의 아름다움, 독도의 비경…. 뭐 이런 거는 하고 싶지 않았다. 119는 응급을 뜻한다. 독도는 일본이 자꾸 도발하고 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 119를 떠올렸다. 마침 첫 책에 들어간 종이 119종에 육박하기도 했다. ‘아!’는 강조다. 책 만드는 비용에 대해 김 박사는 계속 함구하다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한 번 낼 때 천 권을 찍는데 책 제작 비용만 3500만원 든다. 포항을 거쳐 울릉도, 독도로 가고 오고 먹고 자는 비용까지 합하면 1년에 6000만원이 든다는 것이다. 책은 많이 팔렸을까? 김 박사는 “4년 동안 4천 권을 찍었는데 그동안 판매한 것은 10권이나 될까? 내 책의 판매는 처음부터 관심 밖이다. 그런 거 신경 쓰면 책 못 만든다. 예전에 한창기 선생이 했던 ‘의미있는 일이라면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도 알아야 한다’란 말씀을 늘 품고 산다. 독도 바다에 관해서 의미있고 가치있는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수입의 모든 것을 독도 책 만드는 데 쓰고 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데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이 내가 찍어서 만든 이 독도 책들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보다 더 기쁜 일이 없겠다”면서 정부에 대해 한마디만 하라고 재차 권유하자 역시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동안 독도에 관해서 여러 가지 정부 지원이 있었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독도 바다에 관해서 더 많은 연구와 자료수집 그리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했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독도 사진 김지현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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