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6 18:33
수정 : 2017.09.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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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집 통로이미지 대표가 25일 서울 충무로 통로이미지 사옥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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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 이철집 통로이미지 대표
1990년대 중반 학교 컴퓨터 보고
“큰일이다” 싶었다
SW 이미지가 서양스타일이었다
한국 종묘회사가 외국기업에 넘어가
먹거리 씨앗이 우리 것 아니듯
그래서 스톡이미지 프로덕션 세우고
한국적 이미지 CD를 만들었다
사진 제작은 영화촬영 현장 수준
모델 소품 시나리오 등 일일이
다양한 주제별로 60만점 제작
광고 방송 출판사 등에 판매
그래픽 합성, 2차 지식재산권 창출도
광고 방송 출판사 등에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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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집 통로이미지 대표가 25일 서울 충무로 통로이미지 사옥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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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국적인 이미지가 모두 사라진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을 묘사할 때 터무니없이 황당한 설정이 등장해 헛웃음을 지은 적이 여러 번 있다. 한국의 농촌에서 농사짓는 장면이 나오는데 난데없이 물소가 등장한다. 분명히 영화 설정상 무대는 한국인데 베트남식 밀짚모자를 쓴 한국인도 나오고 일본식 기와지붕도 등장한다. 한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계 배우가 한국인 역을 연기하다 보니 대사나 행동이 거의 코미디 수준인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을 단지 영화제작자들의 성의 부족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수많은 종묘회사가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숱한 채소나 과일이 모두 외국 기업의 씨앗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문화도 식량만큼 중요하다.
1995년에 한국 최초의 디지털이미지 제작 판매 회사인 통로이미지를 설립한 이철집(58) 대표는 한국적인 로컬 이미지를 강조한다. 지난 25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통로이미지㈜ 사옥에서 이 대표를 만나 로컬 이미지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농촌 장면에 물소 등장한다면?
이 대표는 “사진은 쌀”이라며 “쌀로 밥을 짓고 떡을 찔 수도 있다. 철강과 자동차를 생각해보라. 사진은 광고, 출판, 미디어 산업의 소재에 해당한다. 사진 자체로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이미지는 언어의 확장이라며 한국적 시각 자료는 한글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 회사가 한국 사진가를 고용하여 한국을 찍는다고 해서 한국적인 이미지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천진난만한 생각이다. 미국이나 일본적 시각으로 우리 문화를 꾸민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것을 지키자는 말은 국수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다. 문화는 나라마다 다 다르게 존재한다. 세계를 둘러보니 영어권 국가에선 미국의 스톡회사들이 거의 잠식하고 있는 것 같고 제 언어를 유지하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그 나라의 스톡회사들이 버티고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한국적 이미지에 집착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 각급 학교에 보급되기 시작한 컴퓨터를 보고서이다. 이 대표는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더불어 소프트웨어도 필수다. 한글 프로그램, 안철수 백신, 파워포인트 비슷한 그런 기본 프로그램에도 예를 들어 클립아트 같은 그림 이미지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미지 소스가 모두 코렐 갤러리라는 북미권 제품이더라. 그 코렐 갤러리의 수입총판이 한국에 들어와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컴퓨터에서 다루는 모든 이미지, 클립아트, 일러스트가 서양 스타일인 거다. ‘큰일이다’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표는 학교용 정보화교육에 맞는 이미지 시디(CD)를 만드는 데 착수했다. 음악 하는 친구들을 섭외하고 사진을 직접 촬영해 저작권까지 다 해결된 제품을 만들었다. 1995년에 ‘포토라이브러리 1000’이란 이름의 포토 시디를 출시했다. 1998년엔 한국 전통의 이미지 콘텐츠를 이용해 일러스트, 글꼴, 사진, 클립아트, 사운드까지 들어 있는 ‘클립아일랜드 22000’으로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콘텐츠 공모 대상을 수상했고 학교에 공급했다. 그 이후로 학교 현장의 소프트웨어에서 서양식 이미지나 클립아트가 사라지게 되었다.
세계 30개 나라로 판매망 넓혀
이 대표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사진반 활동부터였으나 그 후로 쭉 취미 수준에 머물렀다. 1987년부터 충무로에서 출판·인쇄 관련 일을 했고 사보편집 출판 대행사를 하면서 이미지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사진 이미지를 빌리려면 포토라이브러리나 포토뱅크를 이용했다. 물론 모두 아날로그였다. 외국 잡지를 보다가 코닥이 개발한 디지털 포토 시디에 관한 특집기사를 읽었다. 당시 매킨토시를 사용하던 이 대표는 디지털 이미지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95년에 스톡이미지 프로덕션인 통로이미지를 만들었다.
그 전에 있던 1세대 포토라이브러리와 결정적인 차이점은 사진 제작의 방식이다. 산과 바다, 도시 풍경 등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대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준비된 제작이다. 통로이미지가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홍보용 영상을 보니 거의 영화 촬영 현장 수준이었다. 스튜디오는 기본이고 조명과 분장의 수준이 대단했다. 다양한 테마가 촬영되고 있었다. ‘커플’, ‘학교생활’, ‘회사원의 하루’, ‘은퇴 이후의 생활’, ‘헬스 앤 피트니스’ 등이다. 먼저 모델과 계약을 맺고 촬영 장소를 섭외하고, 기획자가 시나리오를 만들고 사진가가 촬영을 한다. 촬영에 필요한 소품 하나에도 저작권이 걸려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손수 만든다. 제작된 동영상과 사진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인력이 따로 있고 이렇게 제작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래픽 합성을 통해 2차 지식재산권을 창출해낸다.
현재 통로이미지는 60만점의 지식재산을 제작해서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25만 컷이 2차 지식재산권이다. 통로이미지가 만든 콘텐츠를 사가는 곳은 인터넷 광고 분야, 케이블 티브이(TV) 방송 매체,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 잡지사 등 다양하다. 세계 30개 나라에 한국 사진이미지 판매망을 구축했고 중국 광고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 증시의 3시장에 상장된 20년 역사의 파노라마스톡사와 독점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영국의 알라미, 독일의 판터미디어, 일본의 아마나, 미국의 게티이미지 등 해외의 대표 이미지 회사에도 통로이미지의 이미지를 공급하고 있다. 당시 3명으로 출발했던 회사는 2017년 현재 58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매출 목표는 12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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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이미지에서 제작한 사진으로 만들어진 중국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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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회사와 더불어 ‘삼국지’
이 대표는 “한국에 10여개의 이미지 에이전시가 있었는데 지금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올해가 한국에선 스톡이미지 산업의 원년이라고 본다. 몇 남지 않았던 한국의 스톡이미지 회사였던 토픽을 일본 픽스타가 인수했다. 픽스타의 한국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일본풍의 사진이 한눈에 드러났다. 미국은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으로 통폐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는 한국에 에이전시를 두고 있다가 정리하고 독자적으로 한국법인을 만들었다. 한국의 이미지 회사들은 제작보다는 위탁판매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의 세계적 플랫폼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한국의 스톡이미지 시장을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픽스타, 그리고 한국의 통로이미지가 시장을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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