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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1 11:12 수정 : 2017.06.21 15:26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

헬무트 뉴턴 1999년 펴내…무게 30㎏

저자와 등장인물 80명 서명 들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43만달러에 팔린 사진집 <스모>의 저자인 헬무트 뉴턴(오른쪽)과 이 책을 펴낸 타셴출판사의 베네딕트 타셴이 <스모>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타셴출판사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거래된 것 중에서 가장 비싼 책(문서)은 <코덱스 레스터>로,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1510년에 다빈치가 펴낸 이 책은 사실상 노트(공책)다. 여러 방면으로 천재였던 다빈치가 손으로 썼기 때문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이 노트는 과학의 여러 저술을 모아놓은 것으로, 1994년에 빌 게이츠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3천만달러(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900만달러이며 원화로는 564억원에 해당한다)를 지급하고 구입했다. 거래된 시기의 금액에 따른 역대 2위의 문서는 대헌장(마그나 카르타)으로 2007년에 2100만달러(238억원)에 거래되었다. 대헌장은 1215년 영국의 국왕 존이 그의 실정을 비판하는 귀족들의 강요하에 승인한 칙허장이다. 국왕도 법 아래에 있다는 입헌주의의 초석이 된 문서다.

일반인들이 알 만한 책으로는 존 오듀본이 만든 <미국의 새들>로, 1천만달러(113억원) 수준에 여러 번 거래가 이뤄졌다. 책 혹은 문서의 값은 어떻게 결정되었을까? 책 내용의 가치라기보다는 책의 외형적인 역사성과 희귀성이 중요하다. 다빈치의 <코덱스 레스터>나 119개가 남았다는 오듀본의 <미국의 새들> 고화질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고 저작권이 풀린 지도 오래다. 다만 원본이 귀하기 때문이다.

사진집의 경우는 어떨까? 세계적인 온라인 중고서점인 에이브북스(www.abebooks.com)는 지난 2014년 가격이 높은 순서에 따른 사진집 10권의 목록을 제시했다. 중고서점이긴 하나 상자를 뜯지 않은 신간도 있고 보관 상태에 따라 딜러들이 판매하려고 제시한 가격은 서로 다르다. 상위에 있는 사진집을 살펴보면 먼저 헬무트 뉴턴이 1999년에 내놓은 <스모>를 들 수 있다. 저자 서명과 책에 등장하는 유명인사들 중 80명 이상의 친필 서명이 든 <스모>의 첫 번째 책은 2000년 43만달러(4억8878만원)에 팔려 20세기에 나온 사진집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책으로 기록되었다. 에이브북스에서 2017년 현재 검색되는 가장 비싼 <스모>는 1만4400달러(1632만원)에 살 수 있다. 당연히 초판본이며 저자 서명이 들어 있다. 책의 무게가 30㎏이다보니 책을 놓을 수 있는 테이블도 같이 포함해서 판다. 유명인들의 인물사진인데 누드도 많이 들어 있다.

헬무트 뉴튼 ’스모’ 의 한 페이지
로버트 프랭크 ’미국인들’ 프랑스어 초판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 프랑스어 초판본
다음으로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1952년에 펴낸 <결정적 순간>의 프랑스어 초판본(중고)이 1만2500달러(1416만원)에 거래된다. 역시 서명이 들어 있다. 서명을 포기하면 훨씬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다. 1천달러(113만원) 안팎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사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은 1958년 프랑스에서 먼저 나왔다. 서명이 들어 있는 프랑스어 초판본은 1만달러(1130만원)에 살 수 있다. 역시 서명을 포기하면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떨어진다. <미국인들>의 영어 초판본은 한 해 뒤인 1959년에 나왔다. 어떻게 된 셈인지 서명이 있는 <미국인들> 영어 초판본이 프랑스어판보다 더 비싼 1만4천달러(1586만원) 선에 거래된다. 서명이 없는 영어 초판본은 책의 상태에 따라 1만달러부터 1천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26개의 주유소>, <34개의 주차장>, <선셋스트립의 모든 건물들> 등이 모두 포함된 에드워드 루셰이의 사진집 16가지 컬렉션 묶음은 15만9천달러(1억8천만원)에 통째로 구입할 수 있는데 16권 중 14권에 서명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밖에 순위에 들어 있는 사진집으로는 브라사이의 <파리의 밤>, 제임스 에이지와 워커 에번스 공저인 <이제 유명한 사람들을 찬양하자>, 앤설 애덤스의 <시에라네바다: 존 뮤어 트레일> 등이 있다. 일반 책과 마찬가지로 사진집도 역사성과 희귀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사진집을 사고 나면 사진작가를 찾아가서 서명을 받아두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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