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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 사진동호회원들이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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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의 사진마을] 사진에서 초상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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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 사진동호회원들이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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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든 직업이든 특히 사람들이 다니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그리고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초상권이다. 요즘은 동네 놀이터의 아이들도 초상권을 이야기하며 “사진을 찍지 마라”고 말한다. 2010년 1월7일치 <한겨레> 기사엔 김진애 민주당 국회의원이 ‘예산안 날치기 처리’ 후 본회의장으로 향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는 일화가 실렸다. 당시 박순자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면에서 연방 얼굴을 찍어대는 김진애 의원에게 “초상권 침해”라고 거세게 항의하자 그는 “그럼 고소해”라고 맞받고는 계속 셔터를 눌렀다고 기사는 전한다.
동네 놀이터의 아이들과 국회의원들에게 똑같은 초상권이 있는 것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동네 놀이터 아이들을 찍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당사자 허락 없이 그냥 셔터를 누르거나 몰래 찍으면 명백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반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국회의원은 마음껏 찍어도 된다. 의원들의 초상권 침해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SNS시대 일반인 사진 자칫하면...
크든 작든 사진에 사람이 들어 있다면 촬영하는 순간부터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발생한다. 초상권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에 초상권이란 표현은 없다. 다만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당사자가 사진 찍히는 것을 불행하다고 느끼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이 침해되는 것이다. 동의 없이 사람을 찍는 것은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자. 종이 매체나 방송 매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람이 들어 있는 사진이 쏟아진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촬영에 동의한 것일까? 지난 몇 달 동안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봇물을 이룬 촛불집회, 태극기집회 사진을 보자. 모든 사진이 참가자들의 동의를 구했을까. 100% 장담할 수 없지만 촛불집회 현장에선 ‘그들도 우리처럼’ 대부분 그냥 찍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위 가운데 초상권 침해에 해당되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도대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일반인이든 언론인이든 거리에서 사진을 찍다가 현장에서 바로 항의를 받고 사진을 삭제하는 일은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식 기록으로 남은 초상권에 관한 사례는 언론중재위원회 결정이나 법원의 판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본 초상권 당사자들이 언론중재위에 중재를 청구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낸 경우다. 물론 일반인과 언론인의 사진 촬영 목적은 다르다. 하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로 공적·사적인 뉴스를 많이 접하는 시대엔 일반인들의 사진 촬영과 초상권 침해 여부도 언론보도와 관련된 초상권 침해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언론중재위에서 구체적인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초상권 침해 청구 사례는 모두 1038건에 이른다. 이 중 기각, 각하, 취하된 사례는 절반이 넘는 594건이다. 결국 언론에 보도된 사진이나 영상에 자신의 얼굴이 실렸다고 무조건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을 찍고 언론에 보도했지만 초상권 침해의 책임에서 벗어나 면책이 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찍어도 되는 구체적 사례를 보자.
첫째,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서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사진을 촬영하여 보도한 사건 등에선 초상권 침해를 부정한다”고 했다. 다른 판결문에선 “기자회견, 연설 등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을 공중이나 언론에 홍보하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초상이 촬영되거나 공표되는 것에 대해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두번째 판결은 기자회견의 주체였던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촬영한 회사원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의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언론이 아닌 일반인도 기자회견 등 홍보를 목적으로 한 현장에서 찍은 인물의 사진에 대해선 초상권 침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인과 공적인 인물이 공공장소에서 공적인 활동을 할 때도 초상권 침해 우려가 별로 없다. 기자는 이들을 찍을 수 있고 보도할 수 있고, 일반인도 이들의 모습을 담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릴 수 있다. 2013년 대법원 판례에서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된” 재벌도 공인으로 인정되었다. 연예인, 정치가, 기업인, 언론인 등 직업에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물이며 공적인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공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적인 장소로 분류되는 대학교 캠퍼스에 설현과 공유가 등장했다면 누구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조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 있다. 이 사진에 명예훼손이 될 만한 글을 쓰거나,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초상권 침해,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클로즈업 표정과 사진설명 문제
셋째, 반면 자동차 안, 식당, 백화점 같은 실내는 사적인 공간으로 분류되어 초상권 침해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실내 공간에선 설현이든 공유든 공인이나 공적인 유명인사라 하더라도 촬영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1997년 다이애나 스펜서의 사망 사건이 적절한 사례다. 당시 모두 9명의 사진가가 기소됐고 10년 동안 재판이 진행됐다. 결과는 자동차 안에 있는 다이애나 스펜서를 찍은 2명의 사진가만 “사생활 침해”로 벌금형을 받았다. 호텔에서 나와 자동차까지 걸어가는 다이애나를 찍은 사진엔 초상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동의 없는 언론 보도에 언론중재위 결정·법원 판결 잣대
헌법에 초상권이란 표현 없지만 헌법 10조 ‘행복추구권’ 위반
동의 없이 찍어도 ‘침해’ 아닌 경우 공공장소 집회나 홍보회견 등은 언론인뿐 아니라 누구나 맘대로
대학교 캠퍼스에 가수 설현이 왔다면 누구나 찍어 올릴 수 있지만 명예훼손 글이나 상업적 이용은 안돼
영국 다이애나 스펜서 사망 사건 길거리 모습 찍은 사진가는 무죄 자동차 안 찍은 건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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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통신사에서 지역 축제를 보도하면서 행사장에 참가한 사람들의 사진을 무단 게재했고 당사자들이 “동의 없이 몰래 촬영된 사진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사귀는 사이로 오해를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교제하던 사람과 헤어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두명에게 각각 4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이 성립되었다. 사진 출처 2014년도 언론조정중재·시정권고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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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진기자를 향해 “사진 찍지 마 ××, 성질 뻗쳐서 정말 ××, 찍지 마”라고 폭언을 퍼붓는 모습. 공인인 장관이 공적인 장소인 국회에서 공적인 업무인 국정감사 중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 중인 사진기자를 향해 사진을 찍지 말라고 거부하고 욕을 했다.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망각한 대표적인 사례다. 와이티엔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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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 인터넷 매체의 윌 스미스의 내한 행사 보도사진. 배우와 함께 셀카를 찍던 일반인 여성의 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하여 실었다. 언론중재위에서 1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 조정 성립. 2013년도 언론조정중재·시정권고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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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 침해로 찍으면 안 되는 경우를 보자.
첫째, 2006년 사진가 ㄱ씨가 거리에서 여성 ㄴ씨의 얼굴 정면을 몰래 촬영해 사진전문 사이트 R의 ‘에로틱’난에 올렸다. 며칠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ㄴ씨가 사이트 R의 관리자에게 사진을 삭제하고 사진가 ㄱ씨에게 원본 삭제도 요구했지만 이들은 20여일 동안 사진을 삭제하지 않았다. 소송이 제기됐다. 사진가 ㄱ씨는 합의금 250만원을 ㄴ씨 쪽에 지급하고, 사이트 관리자도 운영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어 200만원을 초상권 침해 위자료로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둘째, 2011년 한 방송 매체가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을 사전 동의 없이 촬영하고 방송했다. 해당 여성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보도 내용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셋째, 2010년 한 신문에서 겨울 스케치로 길거리에서 출근을 서두르는 두 사람의 사진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 얼굴이 드러난 한명이 “자신이 촬영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신문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동의한 사실도 없고 위 사진 기사로 직장에서 놀림감이 되고 있다”고 언론중재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건에선 중재부는 신청인의 초상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신문사에 50만원을 배상하라고 조정했다. 사진에서 딱 두명만 클로즈업 되었고 사진 설명에 “두터운 목도리와 점퍼로 중무장하고 잔뜩 움츠린 채”라고 설명한 것이 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묵시적 동의 요건 재검토 필요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법조인은 “행복추구권에 바탕을 둔 초상권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보장된 언론 출판의 자유에 바탕을 둔 표현의 권리, 알 권리가 어디까지 보장되는지는 모호한 점이 많다. 공공장소 혹은 집회나 행사장에서 ‘특정인을 강조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거나 불편함을 불러올 만하지 않은 표정’을 찍어 보도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고 생각하는데도 초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내려달라는 요구가 왔을 때 민사소송까지 불사하며 판례를 쌓아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이든 언론인이든 몇 달 혹은 몇 년씩 걸리는 법적 다툼을 자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2016년에 발표된 동세호(한양대학교 대학원)씨의 박사학위 논문 ‘언론의 초상권 침해에 있어 면책사유 적용에 관한 연구: 판결과 언론인 인식 분석’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된 초상권 관련 분쟁 사례 81건 전부를 수집해 판결문을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했다. 논문의 결론과 논의점 중에 몇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초상권 침해의 가장 강력한 면책사유로 작용하는 동의, 특히 묵시적 동의의 요건에 대한 법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취재에 반발 없이 응했던 당사자가 보도 뒤 내용에 불만을 가지고 변심하는 경우 언론이 일방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에 언론이 숨 쉴 수 있게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초상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초상 보도가 가능한 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공익적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셋째, 언론인 스스로도 과거의 특권의식에서 벗어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다하고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 논문의 결론에서 언론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로, 언론을 사진가로 대체하면 취미나 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을 찍는 일반인에게도 이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오히려 보도가 아닌 예술 행위가 목적이라면 법의 잣대는 훨씬 관대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도나 예술의 경계가 옅어지는 시대적 흐름이나 미국,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21세기 들어 언론의 자유와 초상권이 충돌할 때 차츰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판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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