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 포철 공장·굴뚝 배경으로
조용했던 마을의 변화 ‘왁자지껄’
누군 지폐 문양 팬티 입고 놀고
누군 양손에 깃발 들고 굿하고
누군 맨손체조하고 누군 좌선하고…
사진마다에도 에피소드가 있지만
앞뒤 이어 사진집 전체를 보고
유추하고 보완해야 큰 그림 나타나
할아버지 얘기와 읽은 문학작품 등
수십년 삶에 오롯이 녹아
순간순간 영감 떠올라 셔터 눌러
알레고리로 본 안성용의 <포항 송도>
199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포항 송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가 안성용(51)이 2월 초 사진집 <포항 송도>를 펴냈다. 모든 사진에 사람이 들어 있고 절반 이상의 사진에 송도해수욕장 건너편 포스코(포항제철)의 공장과 굴뚝이 배경으로 보인다. 사진집은 조용했던 송도의 삶이 포항제철이 들어선 이후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왁자지껄하게 들려주고 있다.
안성용의 <포항 송도>는 사진마다 독자적인 에피소드가 들어 있는 특이한 구성을 띠고 있다. 그 구성을 분석하기 위해 알레고리(우화)란 개념을 도입한다. 안성용의 사진에서 뭘 연상하느냐는 독자적인 관객의 몫이다. 다만 반드시 사진에 들어 있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해석의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없는 것을 상상하는 건 자유를 넘어선 행위다.
한 장으로 끝내려면 엉뚱한 길로
안성용의 작품 ‘바닷가에서 굿하기’(안성용은 작품에 개별적인 제목을 달지 않았다. 따라서 분석을 위해 임의로 제목을 붙였다)를 보면 포항제철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남자가 양손에 천을 붙잡고 춤추듯, 어떤 의식을 행하듯 걸어가고 여자가 생선을 한 마리 붙잡고 소원을 빌며 따라가고 있다. 또 다른 사진 ‘만원짜리 지폐 문양의 팬티 입고 눈 가리고 아웅 하기’에서 주인공 외에 오른쪽에 엎드린 아이가 보이고 뒤로 편하게 자리잡고 바람을 쐬는 여인들이 보인다. 역시 복합적이고 시대적인 독해를 위한 알레고리적 소재다. ‘해변의 스님’을 보자. 운동화와 밀짚모자를 벗어놓고 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불공을 드리거나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앵글 탓에 스님의 손은 사진에 드러나진 않지만 그가 앉아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사실이니 그런 추측을 할 수 있다. ‘안개 낀 바닷가에서 맨손체조하기’도 유사하다. 사진 속 남녀의 동작이 서로 다른데 몸뻬를 입은 여인은 피티체조하는 군인처럼 절도 있는 모습이라, 이들이 맨손체조를 하겠거니 상상하는 것이다. ‘벌거벗은 석상을 따라 만세 부르기’는 딱 만세 삼창 장면이다. 청바지, 청치마를 입은 두 여성이 “포항 만세, 포철 만세, 근대화 만세”를 외치지 않았을까?
‘바닷가에서 굿하기’ <포항 송도> 사진집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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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스님’ <포항 송도> 사진집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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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부르기’ <포항 송도> 사진집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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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하기’ <포항 송도> 사진집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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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피터르 브뤼헐 <눈 속의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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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사냥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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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 20층에서 찍은 ‘올림픽 공원 스케이트장’ 곽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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