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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21 10:54 수정 : 2016.12.21 11:11

곽윤섭 선임기자가 내년 2월 정년퇴직하는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에게 헌정할 포토북을 직접 만들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

곽윤섭 선임기자가 내년 2월 정년퇴직하는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에게 헌정할 포토북을 직접 만들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2016년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남은 12월이다. 연말연시, 새해 졸업식으로 이어지는 12월~2월 시즌이 오면 1년 중 포토북이 가장 많이 주문 제작된다. 포토북은 과거에 사진을 한 장씩 끼워서 만들었던 압축식 앨범 대신에 디지털 인화로 통째로 만드는 사진집을 통칭하는 용어다.

“사진이 없으면 추억도 없다.” 이 표현은 한 온라인 인화업체 누리집 첫 화면에 뜨는 슬로건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하루에 18억장의 사진이 에스엔에스(SNS)에 올라왔다는 통계가 있다. 또 2015년 한 해 동안 구글에 올라온 셀피만 240억장에 이른다고 한다. 누군가는 “사진은 찍는 그 순간 ‘찰칵’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찍는다”고 주장하지만 찍고 난 직후에 한 번 보고 에스엔에스에 올리고 나면 잊힌다. 역시 인화를 해야 사진이다.

21세기 두 번째 암흑시대 경고

인터넷 개척자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총회에서 21세기가 중세 유럽의 암흑기에 이은 두 번째 ‘암흑시대’가 될 가능성을 경고한 적이 있다. 서프는 기술의 진보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미래의 세대들은 우리 세대의 ‘낡은 파일’에 접근하는 법을 모르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말 소중한 가족사진이 있다면 프린트해서 보관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권했다. 생각해보면 브이에이치에스(VHS) 비디오테이프나 플로피디스크는 이제 더는 재생할 기기를 찾기 어렵다. 어느 순간 디지털 바이트로 이루어진 파일 덩어리는 그냥 쓰레기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포토북의 내지.

직접 포토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한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따라만들기’와 ‘직접만들기’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만들기’는 다른 사람이 제작해놓은 포토북을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진만 바꿔 끼우면 되므로 편리하다. 독창적인 구성을 위해 ‘직접만들기’를 골랐다. 편집기를 내려받아 내 컴퓨터에 설치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클릭하니 디카북, 포토북 등 템플릿을 결정하라고 한다. A4 크기(21×30㎝) 세로형을 선택했다. 16쪽짜리가 기본형으로 3만3천원부터 시작한다. 쪽수가 추가되면 가격이 비례해서 올라간다. ‘사진추가’를 클릭했더니 내 피시(PC)에서 이미지를 선택하란다. 미리 준비해놓은 16장의 사진이 든 폴더를 클릭했고 전체 선택을 눌렀다. ‘빈사진틀에 채워넣기’를 눌렀더니 16장이 한 쪽당 한 장씩 자리를 잡았다. 순서를 임의대로 바꿀 수 있고 한 쪽에 여러 장을 넣을 수도 있다. 스티커와 글 넣기, 테두리선 등의 메뉴 안에 각각 수십~수백가지에서 고를 수 있다. ‘클릭 클릭’하여 편집을 마쳤다. 피시에 저장해놓을 수도 있고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주문하기를 눌러 결제까지 마치는 데 딱 10분이 걸렸다. 몇 쪽짜리 포토북을 만들지 결정하여 사진을 미리 골라두는 게 핵심적인 팁이라면 팁일 뿐이고 나머지는 일사천리다.

가죽커버를 선택할 수 있다.

5~10분 완성 모바일 앱도

사진을 고르는 데 애를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한국후지필름의 ‘이어 앨범’(Year Album)은 “1년 동안 찍은 사진을 5분 만에 한 권의 앨범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후지필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첨단 사진분석기술인 ‘이미지 오거나이저’가 이어 앨범 소프트웨어에 탑재되어 있다. 사진의 초점, 흔들림, 명도, 구도 등을 분석해 가장 잘 나온 사진만 선별한다는 주장이다. 또 우선적으로 앨범에 넣을 인물을 선택하면 주인공을 선별해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편하다는 장점과 내가 원하는 편집과는 결과물이 다를 수 있다는 단점이 공존하니 전적으로 ‘하기 나름’이다.

한국후지필름이 만드는 ‘이어앨범’ 제품.

하루 18억장이 SNS에 올라오고
1년 구글에 셀피만 240억장

누군 찰칵 소리 들으려 찍는다지만
역시 인화를 해야 사진 맛

사진기자가 직접 만들어 봤다

한 업체 홈피에 들어가
편집기 내려받는 데 1분

템플릿 선택하고 ‘사진추가’ 클릭
‘빈 사진틀에 채워넣기’ 쿡

스티커와 글넣기 등의 메뉴안엔
각각 수십~수백가지 차르르

‘클릭 클릭’하여 편집 끝
주문하기 눌러 결제까지 딱 10분

디지털 사진인화업체 ‘찍스’가 만드는 다양한 포토북 제품. 찍스 제공

포토북 제작도 ‘손바닥’으로 이동하고 있다. 찍스를 비롯해 한국후지필름, 포토몬, 스냅스 등의 업체도 모두 모바일 앱을 이용해 5분에서 10분 사이에 포토북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사진인화업체 찍스의 이동구 전무가 안드로이드용 앱인 ‘찍스디카북’을 이용해 34장이 들어가는 10×15㎝짜리 포토북을 만드는 것을 시연해 보였다. 앱을 켜고 템플릿을 선택하고 사진을 끌어서 넣고 취향에 맞는 폰트와 스티커를 배치하여 주문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특정한 폴더에 사진을 미리 저장해두면 자동으로 사진이 배치되는 기능도 있었다.

‘찍스’가 만드는 신제품 스탠딩포토. 표지까지 4쪽으로 펼치면 미니책이 되고 세우면 액자처럼 장식할 수 있다.

이동구 전무에게서 한국의 포토북 시장에 대해 들었다. 이 전무는 “2006년에 처음 포토북을 만들었다. 인쇄방식과 은염방식을 합해서 보더라도 이제 전체 사진인화 업계에서 낱장으로 인화하는 것보다 여러 장으로 앨범을 꾸미는 포토북의 시장이 더 커졌다. 이제는 포토북이 대세다. 은염과 인쇄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화질이다. 우리는 화질에 자부심이 있다. 가장 앞선 인쇄방식도 은염인화를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장씩 출력한 사진은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 외에는 달리 보관이나 관리할 방법이 없다. 누구든지 서랍을 열어보면 어디선가 찍었던 사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책 사이에 끼여 있어서 잊힌 경험이 있을 것이니 포토북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60대 할아버지도 “어렵지 않아”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1년에 한 권씩 만드는 붐도 있다고 한다. 한 온라인 인화회사 누리집에 올라온 후기 중에서 몇 개를 골랐다.

50대 한 남성은 “컴퓨터 안에서 잠자고 있었던 사진들을 몽땅 꺼내어 10권의 디카북을 만들었답니다. 수시로 온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흐뭇합니다”라고 했다. 손녀의 탄생 순간을 책으로 만들고 사돈과도 나눠 가진다는 60대 한 조부모는 “첫 외손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2주일간의 기록을 포토북에 담았다. 아직 직접 얼굴을 못 봤는데도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편집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둔 40대 남성은 아이가 유치원 시절부터 해마다 한 권씩 포토북을 만들었는데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국후지필름이 만드는 셔플포토. 한 프레임안에 여러장의 작은 사진을 넣어 하나의 액자로 만든다.

포토북 시장의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한국후지필름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은 약 1조원의 포토북 매출이 발생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독일의 포토북 시장은 약 5천억원대, 일본은 1300억원대다. 독일과 더불어 카메라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에선 아기자기한 데커레이션 상품 수요가 높은 편이라 포토북뿐 아니라 여러 장의 사진을 한 액자에 자동배치·인화하는 ‘셔플포토’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포토북 시장은 2012년 195억원을 기록한 이후 연평균 10.4% 성장해, 올해는 약 29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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