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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7 14:48 수정 : 2016.09.07 14:53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
사진가선 30권 분석해보니

그동안 나온 눈빛사진가선 30권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관점을 읽어낼 수 있다. 프로나 아마추어 할 것 없이 사진가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좋은 지표가 될 것이다.

첫째, 소재의 문제다. 사진집의 소재가 사회구조적인 것이냐 아니면 개인의 공간이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문호의 <청량리 588>, 김남진의 <이태원의 밤>, 이재갑의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신동필의 <교토 40번지> 같은 책은 사회적이거나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소재를 위한 소재가 아니다. <청량리 588>은 1980년대 홍등가의 기록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의 편견에 희생양으로 등장한 여성에 관한 서사다. <이태원의 밤>은 이방인과 한국인이 공유하던 특수한 공간 이태원의 탈영토화에 대한 민속지적 기록이다.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이 베트남전쟁, <교토 40번지>가 재일동포를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양승우의 <청춘길일>은 양승우와 주변 친구들의 청춘을 소재로 다룬 일기 같은 사적 기록이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회에 대한 아우성이란 것을 읽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고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개인 삶에 대한 고찰이 소재적인 면에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뜻이며, 이규상 대표도 앞으로는 이쪽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는 사진가 개인의 고유한 형식, 고유한 특성이 있는 책이 사랑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사진집은 사진가 저마다의 형식이 있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두드러지는 책이 더 돋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타일에 대한 주문이다. 김문호의 <온 더 로드>는 선이 굵고 강하며, 문진우의 <비정도시>는 날카롭게 강하다. 이영욱의 <접촉>은 부조화가 강력하다. 현대 사진은 날렵하거나 세련된 스타일에서 점점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다. 민병헌의 <잔설>은 부드럽고 세련되었으나 김석진의 <삼선쓰레빠 블루스>는 거칠다.

마지막 관점은 문고판 판형에 따른 소재와 방식의 선택에 관한 조언이다. 눈빛사진가선은 긴 쪽이 21㎝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작은 판형이다. 따라서 대규모 공간에 관한 작업이나 대규모 현장, 예를 들어 80년대 민주화투쟁, 노동운동 같은 서사를 다루기엔 적합하지 않다. 눈빛이 펴낸 30권을 모두 아우르는 공통점은 없으나 가장 많은 책이 공유하는 접점은 있다. 분야를 좁힐수록 유리하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일수록 유리하다. 학위논문 지도교수들이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전민조의 <손에 관한 명상>은 사람의 몸에서 손만, 신은경의 <가마미해수욕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영광 가마미해수욕장만 떼어서 고찰하고 있다. 김보섭은 인천에 사니까 <차이나타운>을, 권철도 현재 제주에서 사니까 <이호테우>를 기록하기 편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석진의 <삼선쓰레빠 블루스>는 교사인 김석진이 직접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소중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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