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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5 23:52 수정 : 2016.07.06 14:45

‘청춘길일’ 사진집·사진전 양승우씨

20년째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사진가 양승우씨의 사진집 <청춘길일>이 나왔다. 눈빛출판사의 ‘눈빛사진가선’ 27번이다. 1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같은 이름의 사진전도 열린다. 양씨가 한국에서 사진집을 내고 전시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양승우씨를 만났다.

양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서 제대한 뒤 동네에서 놀았다고 했다. 놀고 놀다 “재미가 없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했다. 비자 문제도 해결하고 일본도 알아갈 목적으로 사진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 도쿄공예대학 미디어아트 박사전기과정을 수료하기까지 10년 가까이 사진을 배우면서 찍어왔다. 청소, 찻잎 따는 일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왔다. 그 사이에 가부키초의 야쿠자를 시작으로 고토부키초의 일용직 노동자, 노숙자 곤타씨 등 서너 개의 테마를 동시에 찍었다. 상도 여러번 받았다.

<청춘길일>은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방학마다 한국에 와서 놀던 친구들과의 생활을 담고 있다. 사진은 강렬하다 못해 외면하고 싶은 것도 있다.

-청춘길일은 어떤 사진이며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나?

“일본 사진도 있지만 한국 사진이 훨씬 많다. 대전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졸업할 무렵 사람을 죽였다. 어린 마음에 부린 객기로 8년 가까이 감옥 생활을 했다. 어린 나이에 살인죄로 형을 사니 교도소에선 서열이 높았던 모양이다. 출감해 돌아온 현실 사회는 감옥의 질서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친구 녀석은 그게 잘 적응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감방에서 까마득한 후배가 사회에선 나이도 지위도 높을 테니. 그러다 사회로 복귀한 지 5년 정도 지나 자살을 하고 말았다. 목을 매달았다고 하더라. 그 소식을 듣고 한두 달 지나니 친했던 친구들 사이에서도 금방 잊히더라.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때 생각했다. 너무 허무했다. 친한 친구도 이럴진대…. 만나는 사람마다 쭉 찍기 시작했다. 그 사진을 모은 게 청춘길일이다. 2012년에 일본에선 사진집으로 한 번 냈다. 제목을 내가 지었다. 나의 청춘 시절 좋은 날들의 기억, 옛 친구들과 놀던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기록이다.”

-사진에 누드도 있고 문신한 사람들도 많고 그렇다.

“나도 어렸을 때 깡패들하고 놀았으니 문신 있는 친구들이 많을 수밖에. 나도 온몸에 문신이 있다. 왜 했느냐고? 어릴 땐 과시하려고 다 그렇게 했다. 방학 때 한국에 와 옛 친구들을 만나 술 먹고, 놀고, 일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내가 찍힌 사진도 꽤 들어 있다. 나도 친구들의 청춘 속 일부니까.”

-찍기 힘들지 않았을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가 알고 같이 노는 사람들이니 문제가 없다. 내가 모르는 남들을 몰래 찍은 것이 아니라 내 청춘의 기록이다. 술 먹으면서 놀다 보면, 카메라에 필름 세팅해두고 ‘아무나 찍어라’라고 방치한다. 나도 취하고 다들 취하고 나면 누가 뭘 찍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현상하면 여러 가지가 찍혀 있다.”

<청춘길일>을 한 장씩 넘겨보았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본인의 사적인 경험을 담아낸 사진이란 점이다. 나의 청춘 안에 친구들이 있고, 방황이 있고 술이 있고, 여자가 있는 것이다. <청춘길일>은 모든 사람의 젊었던 한 시절인 청춘을 다룬 사진이다. 정색하고 외면할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그의 사진은 영화 <맨발의 청춘>, <기쁜 우리 젊은 날>, <영자의 전성시대> 등이 오버랩된다. 그 영화의 스틸컷 한두 장을 보고 불건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양승우는 일본에서 10번 이상의 사진전을 했고 네 권의 사진집을 냈다. 10회 이상의 사진상을 받았다. 나머지 작업들도 훑어보았다. 자전적 기록과 밑바닥 인생의 기록이 대부분이라 진정성이 느껴졌다. 강렬한 이미지를 탐닉한 게 아니라 양승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주변을 찍다 보니 그 시기와 그 공간이 강렬하고 치열하고 ‘노골적’이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노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와 그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에겐 그냥 익숙한 ‘청춘의 일상’이었을 것이다.

양승우는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한국에서 “고향, 엿장수를 찍고 싶다”고 했다. 양승우는 일본 도쿄의 ‘젠 포토 갤러리’와 프랑스 파리의 ‘인 비트윈 아트 갤러리’의 소속작가로 활동중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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