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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8 21:29 수정 : 2016.04.28 22:20

22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최우수상’ 수상 배영씨

본능적인 순간포착 뒤 스토리텔링
‘실재’를 풍부한 감성으로 대면케 해

<이방인 생활상> 중 ‘위태’

배영씨

한겨레 사진전문웹진 ‘사진마을’이 주관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 제22기 ‘지질공원-진안편’이 지난 4월9~10일 열렸다. 진안군청이 후원하고 한겨레 이티아이가 진행한 이번 워크숍은 마이산을 비롯하여 구봉산, 운일암 등 진안군이 자랑하는 지질 명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배영씨의 작품 ‘이방인 생활상’이 최우수작에 선정되었는데 차점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음을 밝힌다. 워크숍에 강사로 참여한 박태희 작가와 곽윤섭 선임기자가 심사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심사평 (박태희 작가·안목출판사 대표)

1박2일의 일정으로 촬영을 했다. 여러 장소를 들렀고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주제를 찾아 대상을 찾고 셔터를 눌렀다. 배영의 사진들은 한 장소(예를 들면 마이산)에 머무르지도, 한 주제(예를 들면 시장 사람들)를 쫓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장소마다 사진을 골고루 뽑아내서 1박2일의 여정을 다이제스트판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배영의 사진이 불러내는 시각적인 동시에 정서적인 강렬함은 어떤 장소를 막론하고 어떤 순간을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포착해내는 순간수집자로서의 역량과 그 결과물들을 편집해서 자신만의 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10일 한겨레포토워크숍 진안편 참가자들이 마이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배영의 사진들은 이상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한가지 표현으로 말해질 수 없는 모호함과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 철창 속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하게 짖어대는 엄마 개와 의연한 표정으로 이방인을 바라보는 새끼들의 대조는 기괴하기조차 하다. 그들은 쇠창살 안에서도 분리된 공간에 갇혀 있다. 사진은 이 처참하고 일그러진 장소가 바로 주인의 얼굴이며 또한 이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얼굴일 수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든다.

두 번째 사진의 분홍빛 꽃잔디는 즉각적으로 사진에 대한 인상을 좌우하지만 결국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은 나무 아래 천연덕스레 기대서 있는 소주병이고 병에 붙은 모델의 존재다. 화사한 분홍 꽃잔디로 덮인 무덤가에 원형 탈모증의 머리통을 보는 듯 휑하게 드러난 맨땅의 민낯과 초록 병에 빨간 뚜껑을 달고 정체 모를 여인이 광고모델로 나온 사진을 라벨로 단 저 병의 존재는 분홍, 초록, 빨강의 대조로 배가된 인공적으로 꾸며진 아름다움을 조롱하는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머리 뒤통수를 계속 잡아당기며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에 피어난 걸레에 이르면 배영의 사진들이 모여 증거가 되는 하나의 체계를 목도하게 된다. 아마도 이 나무에 핀 걸레 사진이 이 시리즈의 클라이맥스일 것이다. 나무에 핀 걸레라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 사진을 보기 전까진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조합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들은 현실에서 추출한 장면이므로 모두가 사실일 수밖에 없고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의 총합이 이루어낸 ‘실재’다. 배영의 사진들을 주목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실재’를 보여주고 편집을 통해 해석하는 방식이다. 침몰하는 배처럼 스러져가는 우리의 삶, 그 불안과 두려움을 냉정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끊임없는 유혹과 허상으로 우리를 마비시키는 쓸모없는 광고 같은 이 세계에 맞서 우리의 ‘실재’를 대면하게 해주는 배영의 사진들은 용감하다. 그녀가 의도했든 안 했든, 그녀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라는 질문을 선명하게 남긴다. 그저 멋지게 찍힌 사진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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