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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9 19:23 수정 : 2014.12.29 19:23

아실라, 모로코, 1933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매그넘 포토스

[사진마을] 연말연초 사진의 향연

2014년 연말과 2015년 연초를 이어가면서 대형 사진전이 여럿 열리고 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영원한 풍경’이 3월1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선 터키 사진가 아라 귈레르의 ‘디 아이 오브 이스탄불’이 3월28일까지,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선 ‘다큐멘터리 스타일’이 2월25일까지, 종료가 임박한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제네시스’는 1월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각각 열린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진의 성찬이다.

‘사진의 교과서’ 브레송은 DDP에서
이스탄불 찍은 귈레르는 한미에서
8가지 다큐 스타일 비교는 고은에서
종료 임박 ‘제네시스’는 세종문화회관…
‘각양각색’ 사진들의 성찬 펼쳐져

중량감으로 보자면 단연 브레송이 으뜸이다. 세계의 사진가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사진가로 손꼽히는 브레송은 20세기를 관통한 위대한 인물이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뜬 지 10주년이 되는 해로 1300제곱미터(약 400평)의 넓은 디디피 공간에 259장의 사진이 걸려 있어서 제대로 보자면 2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브레송은 역사적 격변 현장의 특종, 인간미 넘치는 거리 풍경, 결정적 순간으로 불리는 완벽한 조화의 구성이 돋보이는 사진가였다.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특히 풍경과 인물에 중점을 두고 기획되었다. 전시감독 김이삭씨는 “풍경은 사전적 의미로는 눈으로 보았을 때 한 번의 조망으로 이해될 수 있는 모든 사물을 뜻하며, 여기에는 ‘자연 풍경’과 인공적 요소가 포함된 ‘도시 풍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한 인물이 브레송의 카메라를 거쳐 더욱 전설처럼 승화되었다. 장폴 사르트르는 브레송의 사진으로 인해 당대 지식인의 아이콘이 되었고 사뮈엘 베케트는 브레송의 사진 속에서 “더 베케트답게” 보인다. 거리 풍경은 한치의 빈틈 없이 꽉 짜여서 브레송을 “사진의 교과서”라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있을 곳에는 반드시 뭔가 있고 불필요한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누르는 순간”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된다고 했던 브레송의 자부심 가득한 결과물을 전시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국기복용법, 주 예수를 믿는다면 한미에프티에이 협상을 비준하라는 용, 서울시청광장, 2008 ⓒ노순택
터키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보다 더 유명하다는 아라 귈레르는 브레송의 소개로 매그넘에 입문한 인연이 있으니 전시장은 다르지만 서울에서 동시에 둘의 사진전이 열린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인연이다. 아라 귈레르의 사진은 동서양이 만나는 이국적인 도시 이스탄불을 꾸밈없이 묘사했다. 한미의 손영주 수석큐레이터는 “아라 귈레르의 전체 테마에선 이스탄불 시리즈가 있고 고대문명 유적, 인물 등 방대한데 이번엔 이스탄불 시리즈를 중심으로 사진을 가져왔다. 특히 40여점은 사진가가 40~60년 전에 직접 인화했고 액자작업까지 한 빈티지로 아주 귀한 작품들이다. 나머지도 아라 귈레르의 감독 아래 고르고 인화했다”고 밝혔다. 아라 귈레르 사진전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메시지다. 다큐멘터리적 관찰의 산물임을 보여주기 위한 구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죽노동자, 어부, 탄광노동자, 짐꾼, 카드 치는 남자들처럼 이스탄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안개, 먼지, 대기오염 탓으로 뿌옇게 된 부둣가, 길거리, 카페, 시장 같은 공간에서 걷고 짐을 나르고 서성거리거나 카드를 친다. 저 멀리 이슬람 모스크나 궁전 같은 배경이 어슴푸레 펼쳐진다. 화려하게 묘사하지 않았는데 신비스럽다. 사람과 장소와 공기와 배경이 이렇게 펼쳐지는 곳은 이스탄불밖에 없을 것이란 것을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알게 되었다. 아라 귈레르는 멋진 작가이며 이번 전시는 멋지게 구성되었다.

톱하네의 술집에서 취한 남자, 이스탄불, 1959 ⓒ아라 귈레르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에선 8명의 사진가들이 스타일을 견주고 있다. 가장 젊은 사람은 손승현이며 최고 연장자인 주명덕 선생과 비교하면 거의 30살 차이가 난다. 이들의 연령대만큼 다큐멘터리의 스타일이 다양하다. 8인 8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홍순은 ‘대동여지도’를, 이갑철은 ‘충돌과 반동’을, 노순택은 ‘국기복용법’을 걸고 있다. 있는 대상을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옮긴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서로 다를 수가 없다. 그런데 사진가들은 어떻게든 다른 사진가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특유한 방식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 차이는 기본적으로는 소재, 시선, 앵글에서 나오고 큰 틀에서 보자면 시대를 바라보는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가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결정한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노순택, 박홍순, 손승현, 이갑철, 이상일 그리고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는 강용석, 이상엽, 주명덕의 작업이 소개되니 두 군데를 모두 가보고 뭐가 다르고 왜 다른지 살펴보면 큰 사진공부가 될 것이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전시기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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