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11 14:34
수정 : 2008.11.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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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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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그린벨트·골프장·대운하 등 ‘개발 성장’ 치중
‘모범 환경 정치인’ 오바마 파격적 정책 주목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자신이 닮은꼴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차라리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의 '해설'처럼 '녹색성장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비전이 비슷하다'고 했더라면 훨씬 그럴듯하게 들렸을지 모른다.
기후변화 대책을 포함한 오바마의 에너지정책은 매우 파격적이다. 감축의무는커녕 지구온난화 자체도 마지못해 인정하던 미국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80%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축계획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제는 유럽보다 훨씬 엄격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녹색성장'이라고 일컬을 만한 공약도 적지 않다. 깨끗한 에너지 미래를 일구는데 앞으로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휘발유 1ℓ로 64㎞를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100만대를 6년 안에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란 가정에서 전기 소켓으로 충전할 수 있는 소형 전기차로 가솔린을 겸용 엔진으로 쓸 수 있는 차세대 차량이다. 이런 친환경차를 사는 사람에게는 7천 달러의 세금 환급 혜택을 주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10년 안에 미국을 외국 석유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오바마의 공약이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보다 덜 허황돼 보이는 걸까.
오바마는 대학 졸업 뒤 작은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조직하는 첫 일자리를 얻었다. 2005년 상원의원이 돼 환경 및 공공사업위원회에 배속된 그는 자연보호유권자연맹이 매긴 친환경법 지지율이 96%에 이를 정도로 모범적인 환경 정치인이었다.
상원의원으로서 그가 처음 한 일도 석탄산업에 자기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데도 기업을 위해 대기보전법을 완화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기도를 분쇄한 것이었다.
현 정부는 '녹색'과 '친환경'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간다. 그린벨트 해제, 골프장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대운하사업 부활 움직임 등 꼽을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이를 보다 못한 장성익 계간 <환경과 생명> 주간은 가을호 권두언에서 "'녹색'을 모독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녹색성장'이 공허한 눈속임이 되지 않으려면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물론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에너지·환경정책도 실천을 지켜볼 일이다. 그의 야심 찬 에너지·환경 공약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때 계속 유지될 것인가. 또 석탄과 원자력에너지 이용 등에 대한 실용주의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교토의정서 이후 기후변화체제를 협상하는 내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때면 달라진 미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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