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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0 13:33 수정 : 2008.11.10 13:39

삼산리 소나무의 전경. 높이 22m이고 곧게 뻗은 줄기가 4m 높이에서 둘로 갈라진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환경통신]
“사명대사 의병 때 태어나”…천도재 열기로
천연기념물 제350호…주민들 “관리 잘못 탓”

오대산 소금강 들머리를 450년 동안 지켜오던 기품 있고 아름다운 '삼산리 소나무'가 마침내 수명을 다했다. 금강송의 상징이던 이 소나무의 넋을 달래기 위한 천도재가 이달 말 열린다.

지난 4일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의 소나무를 찾았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소금강 들머리의 주차장 바로 옆에 자리 잡아 길에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잔 가지 없이 미끈한 줄기와 껑충한 키가 스리랑카의 거목 바오밥나무를 떠올리게 했다.

가까이 다가서자 거대한 몸피가 압도했다. 가슴높이 둘레가 3.6m에 이른다. 하지만 붉은 빛이 사라진 수피와 솔잎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생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나무 꼭대기에 녹색 잎사귀가 조금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이만했던 나무를 보고 자랐다는 마을 주민 김근영(56)씨가 안타까워했다.

"참나무엔 그네를 매달아 놀고 여름엔 마을 사람들이 소나무 그늘로 모여 쉬었어요. 모내기가 끝나면 동네잔치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소나무는 낮에는 동네 노인들의 모임터가 됐고 밤엔 처녀·총각들이 만나는 장소였죠."

박정희 대통령 때 미신을 타파한다며 없애기 전엔 이곳에 성황당도 있었다. 그래도 주민들은 해마다 두 번씩 당제를 지냈다. "엊그제도 조촐하게 당제를 지냈지요. 죽어버린 나무에 절을 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주민 김근영(56)씨가 ”어릴 때부터 꼭 이만했는데”라며 죽은 소나무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1988년 삼산리 소나무를 천연기념물 제350호로 지정했다. 마을의 질병과 재난을 막아주는 나무로 주민의 보호를 받아온 서낭나무로서 민속학적, 생물학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수세가 약화되면서 생육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올 8월 고사 상태로 판정했다. 현재 문화재 지정 해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나무가 문화재로 지정된 뒤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데 대해 주민들은 섭섭함과 원망을 토로한다.

김재복(48) 삼산리번영회장은 "가지를 너무 쳐내는 등 관리를 잘못해 수백년 멀쩡하던 소나무가 죽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문화재로 지정해 약 치고 가치 치며 관리를 하더니 죽은 뒤에도 아무 해명도 없는 당국에 화가 나는 것이다.

"소나무에 그늘이 진다며 옆에 있던 아름드리 참나무 세 그루를 베어냈어요. 그것들만 있어도 마을숲이 이렇게 황량하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소나무 주변은 그 동안 논이어서 후계목도 전혀 없다.

관리자인 강릉시는 소나무의 자연수명이 다했다고 본다. 조승호 강릉시 문화재전문위원은 "소나무는 400~500년이 되면 급격히 쇠퇴 한다"며 "현재 삼산리의 다른 소나무를 문화재로 대체 지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월정사와 함께 이달 말께 고사한 소나무 앞에서 죽은 소나무의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재를 지낼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작은 문화공연도 함께 열어 마을 주민들의 허전한 마음도 달래기로 했다.

고공 월정사 사회국장은 "450살 소나무라면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월정사에서 의병을 일으켰을 때부터 마을을 지켜온 나무"라며 "나무 밑에서 천도재를 열어 넋을 위로하겠다"고 말했다.

강릉/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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