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라젠드라 파차우리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회의 의장.
|
[환경칼럼]지구 식히는 또하나의 방법
육지 30%가 축산용…곡물 3분의 1은 사료
CO2 발생, 쇠고기 1㎏ 생산=차 250㎞ 주행
기후변화 문제가 누구나의 관심거리가 됐다. 환경부가 지난 6월 실시한 환경보전 국민의식조사에서 91%가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모든 환경문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걱정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무얼 해야 손쉽고도 효과적으로 지구를 식힐까.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라젠드라 파차우리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 의장이 한 가지 답을 내놓았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것이다.
본인이 채식주의자이기도 한 파차우리 박사는 지난달 영국의 한 동물보호단체에서 한 대중강연을 통해 인류가 고기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투입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지구 육지의 30%가 축산용이고, 곡물의 3분의 1은 사료로 쓰인다. 전 세계가 생산한 콩의 90%는 가축이 먹는다.
축산에는 또 다량의 물과 에너지가 든다. 쌀 1㎏ 생산에 3000ℓ의 물이 필요하지만 같은 무게의 쇠고기를 얻으려면 1만5500ℓ가 든다. 사료를 10㎏ 먹여야 쇠고기 1㎏을 얻는다.
축산은 세계 온실가스 방출량의 18%를 차지한다. 특히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 큰 메탄가스 발생량의 37%를 가축이 내보낸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을 없애고 목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가축의 배설물과 소화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이 주성분인 트림도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세계의 육류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08년 세계의 가축 수는 인구의 약 10배인 600억 마리였지만 2050년이면 그 수는 곱절인 1200억 마리로 늘 전망이다.
파차우리 박사는 “쇠고기 1㎏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36.4㎏ 발생한다”며 “이는 승용차로 250㎞ 주행할 때 나오는 양”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로 따지면 100W 전구를 20일 동안 켜놓는 셈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자동차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보다 고기 소비를 반으로 줄이는 게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영국에서 일주일에 하루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자동차 500만대가 운전을 하지 않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영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해마다 수입하는 옥수수, 콩, 밀 등 곡물 1천400만t의 70%가 사료용이다. 닭 1억2천만 마리를 비롯해 돼지 928만 마리, 육우 17만 마리를 먹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2006년 일인당 연간 37.9㎏(하루 104g꼴)으로 지난 30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었다. 파차우리 박사는 직접 식단을 짜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기도 했다. 쌀밥에 브로콜리, 가지, 꽃양배추로 짠 식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프스테이크 한 접시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건강과 지구에 모두 좋은 실천이 그리 멀리 있지는 않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파차우리 박사 강연자료 사이트=http://www.ciwf.org.uk/includes/documents/cm_docs/2008/l/1_london_08sept08.pps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