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뒷부리도요.
|
[환경칼럼] 람사르총회와 큰뒷부리도요
내장 극한까지 줄이고 뇌 교대로 자며 장거리 여행
새만금 ‘주유소’ 파괴 북행길 차질…총회 보고 주목
큰뒷부리도요란 새가 있다. 긴 다리와 위로 휘어진 긴 부리가 독특한, 도요새 가운데는 제법 큰 종류다. 큰뒷부리도요 가운데 ‘E-7’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새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가을 북극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1700㎞를 논스톱으로 날아, 새들 가운데 인간이 확인한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다.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자들이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처음으로 확인한 이 새의 이동경로는 놀랄 만하다. 먼저 3월 중순 뉴질랜드에서 1만300㎞를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날아 서해 개펄에 도착했다. 한 달 반쯤 쉰 뒤 알래스카까지 6500㎞를 엿새 밤낮으로 비행했다. 북극에서 번식을 마친 8월말에는 중간에 기착하지 않고 태평양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9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로 돌아왔다.
이 거리를 제트여객기로 가는 데도 23시간이 걸린다. 이런 장거리 여행에는 여객기 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연료가 필요하다. 기껏 몸무게 500g인 이 새는 무슨 힘으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 먼 거리를 날아갈까.
장거리 여행을 마친 뒤 비쩍 마른 모습의 붉은어깨도요
|
붉은어깨도요는 큰뒷부리도요 비슷하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베리아를 해마다 왕복하는 지구촌 방랑자다. 새만금에는 전세계 붉은어깨도요의 3분의 1이 들러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영양분을 채웠지만 간척 이후 도래수가 12만 마리에서 3만 마리로 격감했다. 습지보전을 위한 지구촌 잔치인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오늘부터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새와 생명의 터 등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사업이 아시아 최대의 철새 이동경로에 끼친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총회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한국판 두바이’로 개발하려는 밑그림을 최근 발표했다. 습지파괴는 그치지 않는데, 습지보전을 하자는 큰 잔치가 시작됐다. 큰뒷부리도요의 멋진 비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