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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0 11:18 수정 : 2008.10.20 11:34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경기도 여주군 단양쑥부쟁이 자생지를 지난 7일 어린이식물연구회 회원들이 조사하고 있다. 조홍섭 전문기자.

[환경현장] 남한강의 마지막 특산식물
멸종위기 몇번 넘나들며 여주 강변서 겨우 연명
탱크부대 숙영·골재채취·낚시꾼 등 발길 무방비

 일본인 식물학자 기타무라는 1937년 충북 수안보에서 처음 보는 쑥부쟁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중앙아시아 알타이 지방의 쑥부쟁이처럼 생긴 이 식물에 ‘단양쑥부쟁이’란 이름을 붙였다.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변을 따라 널리 분포하던 이 식물은 1978~1985년 충주댐이 건설돼 강변이 수몰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던 이 식물은 2000년 단양군 가곡면에서 몇몇 개체가 극적으로 다시 발견됐지만,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자생지가 태풍에 휩쓸려 사라졌다.

 2005년 국립수목원은 남한강 하류인 경기도 여주군의 강변에서 제법 규모가 큰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를 발견했다. 환경부는 이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

 

 황무지에 외래종 등 틈새 생존 경쟁…안내 표지판조차 없어

 지난 7일 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 조사팀과 함께 여주의 단양쑥부쟁이 분포지를 찾았다. 남한강이 굽이치면서 옛 물길이 습지로 남은 곳이다.


 강변으로부터 100m쯤 떨어진 곳에서 연보랏빛 들국화가 눈에 띄었다. 껑충한 키에 사방으로 갈라진 긴 꽃자루가 단양쑥부쟁이의 특징적 모습이었다.

 “길에서 관찰하고 들판 안으론 들어가지 마세요.”

 인솔자인 한동욱 박사(피지에이 습지생태연구소장)가 일행에게 주의를 줬다. 외래종인 가시박이나 환삼덩굴의 씨앗이 단양쑥부쟁이 분포지에 묻혀들어갈까 봐서다.

경기도 여주의 단양쑥부쟁이 자생지

 단양쑥부쟁이는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강변 황무지에서 비수리, 패랭이꽃, 강아지풀, 억새 틈에 드문드문 자리를 잡았다. 뿌리가 깊게 내리는 달맞이꽃, 돼지풀 등의 외래종이 이미 들어서 있었다.

 이날 조사단이 추정한 단양쑥부쟁이의 주 군락지 면적은 약 1600㎡, 주변의 분포지를 다 합치면 2500㎡ 정도였다. 개체수는 모두 1천 포기가 안 됐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에만 남은 식물 생육지로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 규모였다.

 박희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올해는 단양쑥부쟁이가 지난해에 비해 30%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날씨가 가문 탓도 있지만 드라마 세트장 설치 등 자생지의 훼손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한반도 사이 격리된 쑥부쟁이 종 분화 진화 산 증거

 

 실제로 희귀식물 분포지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강변에 대형 드라마 야외촬영장이 설치돼 있고 덤프트럭이 드나들고 있었다. 트럭이 다니는 비포장도로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단양쑥부쟁이가 힘겹게 서 있다.

 멸종 위기를 몇 번이나 넘나든 이 식물의 마지막 생육지는 얼마 전까지도 탱크부대의 숙영지이자 골재채취장이었고 요즘도 낚시꾼과 행락객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한 박사는 “단양쑥부쟁이가 골재채취와 홍수로 뒤집힌 자갈밭에서 어렵사리 목숨을 이어오고 있다”며 “훼손지를 점령하는 가시박이나 환삼덩굴의 유입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미 교란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강변에는 이들 외래식물이 널려있어 외래종 유입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법정보호종의 자생지를 알리는 아무런 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주군이나 한강유역환경청도 단양쑥부쟁이를 보전하기 위한 관리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은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특산식물인데도 아무런 관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주군이 식물원을 만들어 이 희귀한 자생종을 보호한다면 지역의 가치도 높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병천 국립수목원 박사는 “러시아와 한반도 사이에 격리된 쑥부쟁이가 종 분화를 일으키는 진화의 산 증거여서 학술가치가 높다”며 “여주군이 지역차원에서 적극적인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최근 단양쑥부쟁이가 분포하는 습지를 한반도의 강 주변에서 꼭 지켜야 할 7개 대상지의 하나로 선정했다.

 여주/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단양쑥부쟁이는?

 일명 솔잎국화…척박한 땅에서도 잘 커 원예종 ‘맞춤’ 

단양쑥부쟁이

 남한강의 냇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잎이 가늘어 ‘솔잎국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에 사는 원종이 한반도에 고립돼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가는 변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식물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변종인지 또는 신종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 박사는 말한다.

 단양쑥부쟁이는 특산종으로서의 보전가치 말고도 다른 이용가치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동욱 박사는 “다른 쑥부쟁이와 달리 키가 커도 쓰러지지 않고 척박한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 원예종으로 개발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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