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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6 17:35 수정 : 2008.10.06 18:22

아이쿠프 생협 소비자들이 지난달 24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 운용리 시범논에서 생물 다양성 조사를 하고 있다.

[환경현장] 오리농법 ‘시범논’ 가보니
논 1㏊ 실지렁이 1500만마리, 깔따구 200만마리
생물다양성 농법, 생산비 절감…소출 줄지 않아

쌀은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만든다?

지난달 24일 아이쿠프 생협의 '환경 창조 시범 논'이 자리잡은 충남 홍성군에 가서야 비로소 생협 회원들의 이런 말 뜻을 알 수 있었다.

논생물조사단이 찾은 광천읍 운용리의 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오리농법을 한다. 벼메뚜기가 쏟아지는 논둑길을 따라 귀퉁이로 가자 둠벙이 나타났다. 조사단이 둠벙을 뒤지자 깨알물방게, 물자라, 게아재비, 송장헤엄치개같은 물벌레들이 채집됐다. 예전 논이나 농수로에서 흔하게 보던 생물들이다.

논 바닥을 가로 50㎝, 세로 20㎝ 길이로 잘라내 그 속의 생물을 세어봤다. 실지렁이가 152마리, 깔따구 애벌레가 20마리 나왔다. 가로, 세로가 각각 100m인 논 1㏊에는 실지렁이 1500만마리, 깔따구 애벌레가 200만마리 사는 셈이다.

유기농법을 하는 이곳 둠벙에서는 고마리(위)와 물뱀인 무자치가 발견됐다.
이들은 유기토양을 만들 뿐 아니라 물방게, 거미, 개구리, 송사리, 미꾸라지, 백로 등 논을 찾아 해충을 잡아먹는 수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논 생태계의 '밥'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애벌레는 사실상 벼를 만드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날 조사에서 22종의 수서곤충과 함께 사마귀, 참개구리, 무자치(물뱀) 등이 관찰됐다.

조사에 참여한 박광래 농촌진흥청 박사는 "수확을 앞두고 논에서 물을 뺐는데도 흔치 않은 물장군, 물방게 등이 나왔고 최상위 포식자인 무자치가 서식해 생태계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둠벙은 논이 말랐을 때 생물들의 피난처 구실을 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므로 생물다양성을 높이려면 둠벙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쿠프 생협은 2006년부터 논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논 생물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충남 홍성을 비롯해, 충북 괴산, 경북 상주 등 6곳을 시범 논으로 정해 조합원과 어린이가 참여하는 생태체험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올 5월부터 매달 홍성 시범논의 생물조사에 참여해 온 주희옥 아이쿠프 인천생협 사무국장은 "논에 벼 말고 다른 생물이 있을 줄 몰랐는데, 5월엔 왕잠자리 유충이 많더니 6월엔 투구새우가 나오는 등 올 때마다 새로운 생물이 나타나 신기하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둠벙. 논이 말랐을 때 생물들의 피난처 구실을 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홍성군에서 시범논을 운영하는 구길회(53)씨는 "친환경농법이라고 하지만 우렁이도 다른 생물을 억제하기 때문에 적은 수만 넣고 벼도 듬성듬성 심는다"며 "그런데도 시범논의 소출이 다른 논보다 떨어지지 않고 질은 오히려 낫다는 평을 듣는다"고 말했다.

박인자 아이쿠프 습지연구회 회장은 "논에 사는 생물과 공생하는 농업이 바로 생물다양성 농법"이라며 새로운 농법이 △유기농자재 투입 감소로 생산비 절감 △새로운 쌀의 브랜드 개발 △소비자 신뢰 향상 등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일찍 생물다양성 농법을 채용해 새로운 유기농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효고현 토요오카 시에서는 복원한 황새의 먹이인 미꾸라지와 우렁이가 살도록 겨울철 논에 물담기, 무경운 기술 도입 등에 나섰고, 마침내 '황새를 키우는 쌀'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 냈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논을 습지 생태계 보물창고로
한-일 ‘생물다양성 증진안’ 람사르총회 안건 건의

오는 10월28일~11월4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논을 습지 생태계로 간주해 논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이 정식 안건으로 논의된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제출한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에 관한 결의안’은 한국 정부가 환경 관련 국제협약에서 처음으로 제출하는 결의안일 뿐더러, 한·일 두 나라 시민단체들이 논의를 거쳐 건의한 내용을 두 나라 정부가 받아들인 상향식 진행방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결의안은 지속가능한 농법을 채용한 논이 지하수 함양, 기후완화, 홍수 조절, 동식물성 식품과 약초 제공,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논의 동식물상과 생태적 기능, 논의 생태적 가치를 유지해 온 지역 사회의 문화 등에 관한 조사를 활성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 논을 인공습지로서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거나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일본 미야기 현의 가부쿠리늪 주변 논이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 희귀식물인 매화마름이 분포하는 강화도의 논을 람사르습지로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김유정 환경부 람사르총회준비기획단 사무관은 “아직 논의 습지로서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당사국에 논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것이 결의안의 주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의안이 통과되면 시민단체들이 논 감소 중지, 환경직불제 도입, 주변 습지를 고려한 논의 물 관리 등 논의 환경기능을 살리는 정책수립을 요구하며 농업당국을 압박할 유력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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