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로에서 로드킬로 희생된 천연기념물 328호 하늘다람쥐.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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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통신]
전국 252곳 상당수 동물들 습성과 안맞아 외면
값비싼 새 길보다 터널 수로 등 재활용 효과적
천연기념물 328호인 하늘다람쥐는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있는 피막을 날개처럼 펴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글라이더처럼 활공해 이동한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날아 넘으려던 날다람쥐는 종종 도로에 '불시착'해 로드킬의 희생자가 되곤 한다. 도로변에 높은 나무가 없어 비행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88고속도로에서 해마다 이렇게 죽는 하늘다람쥐는 5마리 정도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의 제안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둥형 생태통로를 88고속도로 길 양쪽에 설치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설치한 기둥을 타고 도로를 건너는 하늘다람쥐가 확인된 것이다.
못쓰는 가로등에 마닐라 삼 밧줄을 감은 이 재활용품 기둥 8개를 설치하는 비용은 500만원이었다. 다양한 동물이 이동하는 용도이긴 해도, 육교형 생태통로 하나를 설치하는 데 10억~20억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저렴한 비용이다. 동물의 눈높이에 맞는 생태통로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늘다람쥐가 기둥형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방식.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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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등록된 생태통로의 상당수가 이름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광역시 제석산 구름다리도 그런 예이다.(왼쪽) 초식동물은 안이 캄캄한 이동통로는 천적이 숨어있을 것이 무서워 기피한다.(오른쪽)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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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상당수 생태통로가 동물들의 습성에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설치한 첫 지리산 시암재의 생태통로는 상자형 터널 형태이다. 이 터널 들머리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건너편 옹벽에 가로막혀 안이 캄캄하다. 녹지훼손을 줄이느라 통로 끝과 옹벽이 너무 가까워 생긴 일이다. 초식동물은 어떤 천적이 숨어있을지 모르는 이런 터널에 들어가길 꺼린다. 이번 조사에서 고라니, 멧토끼, 멧돼지 등이 주로 육교형 통로를 이용할 뿐 지하통로로는 거의 이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이유이다. 연구진은 지하통로가 건너편이 훤히 보일 정도의 개방도(입구 면적과 통로 길이의 비율)가 0.7 이상이 돼야 고라니 등이 이용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쥐나 족제비 등은 통로가 좁을수록 안정감을 느껴 즐겨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흥미로운 건, 경남 창녕군이 창녕향교 뒷산에 풍수지리상 땅의 기를 잇기 위해 도로 위에 설치한 구조물이 훌륭한 생태통로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 통로에서는 고라니, 너구리 등 이 산에 서식하는 모든 동물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토목공사 차원에서 지은 생태통로가 야생동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통생태학적 사고에 토대를 둔 풍수지리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동특성을 연구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늘다람쥐를 위해 88고속도로에 설치된 기둥형 생태통로.(왼쪽) 기둥에서 기둥으로 활공해 도로를 건너도록했다. 경남 창녕군이 풍수지리의 기를 잇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로 야생동물이 빈번하게 다닌다.(오른쪽)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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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형 생태통로를 이용해 88고속도로를 건너는 하늘다람쥐의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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