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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9 08:40 수정 : 2008.05.29 13:54

굴업도.

[환경현장] 관광단지 개발 논란
CJ그룹 레저회사 섬 사들여 대규모 개발 추진
‘지형학 교과서’로 문화재청 문화재 지정 채비

1994년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돼 큰 홍역을 치른 굴업도가 이번에는 골프장 건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굴업도는 서해의 모진 파도와 소금기로 깎이고 녹아내린 해안지형을 고스란히 간직해 세계적인 보존가치를 지녔다는 주장이 학계와 환경단체로부터 나오고 있고, 정부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이 섬의 대부분을 사들인 대기업 계열의 레저회사는 골프장, 호텔, 마리나 등을 포함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가치가 있다" "개발이 필요한 낙후도서다"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굴업도 현장을 지난 20~21일 둘러봤다.

수천만년 ‘자연의 작품’ 고스란히 간직해 세계적 보존가치

서해의 가장 바깥에 자리 잡은 섬의 하나인 굴업도는 깎아지른 낭떠러지와 모래언덕, 모래해변이 어울린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특히 섬의 대부분을 둘러싼 절벽은 오랜 세월 패이고 깎인 역동적인 침식의 흔적과 규모가 보는 이를 압도했다.

골프장 건설 논란이 일고 있는 인천 굴업도

동쪽 섬의 서해안 낭떠러지는 색깔이 다른 암석들이 적갈색 화산재에 섞여 마치 콘크리트를 비벼놓은 것 같았다. 직경이 1m가 넘는 바위도 박혀 있었다. 바위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지만 망치로 쳐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해 용암이 굳은 제주도의 화산암과 달랐다.

동행한 이상영 가림생태환경연구소장(기후지형학)은 "중생대 말 멀지 않은 곳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해 날아온 암석과 화산재가 굳어 섬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단단한 응회암이지만 수 천만 년 동안 침식을 받아 특이한 지형을 형성했다. 썰물 때 육지에 드러나는 동쪽 섬의 거대한 '코끼리 바위'는 파도와 소금기가 깎아낸 작품이다.


이 바위 건너편에는 '살아있는 지형학 교과서'가 수백m 길이로 펼쳐져 있다. 침식의 강도에 따라 반월형 해안의 절벽에는 파도가 때려 동굴이 파이고 무너져 내린 적색 바위가 붉은 모래로 바뀌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쪽 섬의 끄트머리는 파도에 잘려 섬이 됐다. 소굴업도 또는 토끼섬으로 불리는 이곳 해안에는 파도가 약 100m에 걸쳐 해안 절벽을 깊이 파낸 해식동의 장관이 펼쳐진다.

환경단체인 한국녹색회는 지난 1월 대표적인 해식·파식 지형인 이들 3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지난 2월13일 경북대에서 열린 한국지형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도 이상영 박사와 이민부 한국교원대 교수는 '해식과 파식에 의한 굴업도 해안지형의 변화'란 논문을 통해 "굴업도의 침식지형이 세계적"이라며 "잘 보전된 자연사 유적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해안지형 연구학습장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현지조사를 통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가문화재 지정을 위한 정밀조사를 올 연말까지 벌이기로 했다.

만 안쪽에는 갯그령, 통보리초 등이 자라는 사구(모래언덕)가 발달해 있다. 동쪽 섬과 서쪽 섬 사이 백사장 근처의 버려진 마을엔 전봇대가 절반 이상 모래에 덮여있어 역동적인 지형변화를 실감케 했다.

이 섬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먹구렁이와 매, 천연기념물인 황새 등이 관찰됐다. 답사 과정에서도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보호종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희귀동물 곳곳서 확인…회사서는 “서식처 없음” 제안서

그러나 사업자인 씨제이(CJ)그룹 계열사인 시앤아이(C&I)레저산업이 옹진군에 낸 '오션파크 사업제안서'에는 "희귀동물 서식처 없음"이라고 돼 있고, 국내 최대의 해식지형에 관한 언급은 없다.

시앤아이는 이 제안서에서 2012년까지 2564억원을 들여 18홀 골프장을 비롯해 호텔, 해양리조트, 마리나, 워터파크 등이 들어선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안서는 회원권 분양에 대해 "차별화된 고가의 숙박시설의 소유와 골프회원권, 시설이용권이 결합된 고소득층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정된 상품"이라며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두홍 인천시 관광개발팀장은 "현재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골프장이 주요 검토대상"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추진되려면 인천시가 관광단지로 지정하고, 문화관광부가 관광권역계획에 이 사업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굴업도는 조용한 섬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져 있다.(아래 사이트 참조). 그러나 관광개발이 이뤄진다면 서해에서 가장 손때가 덜 탄 섬은 사라지게 된다.

씨제이 쪽은 섬의 98.5%를 매입한 상태다. 관광단지가 들어서면 현재 연간 6천 명 정도인 관광객 수가 6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씨제이는 추정한다.

서인수 굴업리 이장은 "이 좁은 섬에 골프장이 들어서려면 섬의 모든 봉우리를 잘라내야 해 땅 밑에 설치하는 핵폐기장보다 환경을 더 망가뜨린다"고 주장했다.

섬을 찾은 관광객 이철영(34·경기 의왕시)씨는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한적한 분위기가 인상적 이었다"며 "골프장을 포함한 대규모 개발보다는 좋은 자연을 보전하면서 활용하는 개발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의 환경단체들이 굴업도 보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은 "방폐장이 들어서는 것을 어렵게 지켜 특권층을 위한 골프장에 내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자연유산을 보존하면서 연구와 학습을 동반한 체류형 국민관광지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굴업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신석기시대 유적도 남아있는 ‘토종천국’ 

굴업도는 어떤 섬?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굴업도는 면적 1.7㎢의 작은 섬이다.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모습이라는 데서 섬 이름이 유래했다.

신석기 때부터 사람이 살아 조개무덤이 두 곳 남아 있다. 부근 바다에서는 민어가 많이 잡혀 한때 파시가 형성되기도 했다. 1919년 큰 해일로 섬이 둘로 분리돼, 현재 모래톱으로 연결된 상태다. 1980년대까지 10여 가구가 살았고 많을 때는 주민 수가 1백 여 명에 이르러 굴업분교가 설치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자녀교육과 일자리 등의 이유로 주민 대부분이 인천 등지로 이주해 여름 피서철에 6가구, 겨울엔 1가구만 산다. 주민들은 주로 민박을 하고 염소와 꽃사슴을 방목해 생활한다. 민박 이외의 특별한 경제활동이 없고 겨울엔 대부분 섬을 떠나기 때문에 굴업도는 우리나라 유인도 가운데 해안 지형이 가장 완전하게 보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4년말 정부는 핵폐기물 처분장 터 후보지로 굴업도를 선정했으나, 인천시민 등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친 데다 활성단층까지 발견됨에 따라 이듬해인 1995년 굴업도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을 취소했다.

굴업도는 우리나라에서 조차가 가장 심한 곳에 있다. 게다가 핵폐기장 후보지가 될 정도로 부근엔 수심이 깊다. 파도 에너지가 매우 큰 조건이다. 이 때문에 단단한 응회암으로 이뤄진 섬이지만 굴업도는 극심한 침식현상을 겪고 있다.

섬의 동쪽과 서쪽의 침식 양상이 다른 것도 특징이다. 습도가 높고 바람이 적은 동쪽은 소금에 의한 부식이 활발하다.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타포니가 동쪽에 많다. 서쪽엔 바람받이이고 해가 길어 건조한 반면 파도에너지가 강하다. 바위를 두드려 부수는 힘이 바위 깨뜨린다.

섬이면서 대륙성 기후를 나타내는 것도 특이하다. 이상영 박사는 "태백산의 900m 고도에서 발견되는 식물이 굴업도에서 주로 나타난다"며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육지보다 계절이 한 달 이상 늦다고 말한다.

그 동안 개발이 없고 주민의 드나듦도 적어 외래식물이 거의 없는 점도 두드러진다. 이 박사는 "굴업도처럼 토종천국인 곳은 못 봤다"고 말했다.

굴업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굴업도 관련 블로그와 카페>

■ http://5bpa.tistory.com/168?srchid=BR13bc22e1d603b16fa88151bf8b3cb58ac

72b7c73f__http%3A%2F%2F5bpa.tistory.com%2F168

■ 굴업도 대표카페 http://cafe.daum.net/gulup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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