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국립공원 한 가운데 자리잡은 심원마을의 모습. 주민들은 모두 민박, 산채 판매 등 영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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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현장]
관광객들 발길 뜸해 "다 죽게 생겼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이주·복원 결론
지난 1일은 노동절 휴일이었지만 '하늘 아래 첫 동네'로 유명한 해발 750m의 전남 구례군 산동면 심원마을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썰렁했다.
이 마을에서 21년째 살며 약초를 팔고 있는 송기홍(56)씨는 "전에는 휴일이면 집집마다 차 댈 곳이 없었다"며 "이제 다 죽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심원마을 주민들은 요즘 하루빨리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 줄 것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마을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나온 2006년 이후 손님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고향산장을 운영하는 김학철씨는 "재작년만 해도 고로쇠 수액을 팔아 집집마다 2천만원 가량의 소득을 올렸지만 요즘은 찾는 이가 없어 고작해야 7백만원 올리기도 바쁘다"며 "현상유지가 안돼 빚만 쌓여 간다"고 말했다.
심원마을 주민 19가구에 31명은 모두 민박과 산채·약초 판매 등으로 살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나 1988년 성삼재 관통도로가 뚫린 뒤 탐방객이 급증해 마을로 급속히 커졌다. 그러던 것이 5~6년 전부터 찾는 이들이 줄기 시작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지리산을 찾은 탐방객은 2000년 336만명에서 2006년 262만명으로 줄었다. 입장료가 없어진 지난해 273만명으로 늘었지만, 산행문화가 바뀌어 숙박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주민들은 "등산객들이 지리산 와서 구례 땅 한 번 안 밟고 간다"고 하소연한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보상추진위원회를 꾸려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무익 추진위원장은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보상평가 등 이주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연구용역을 통해 피아골계곡의 직전마을과 함께 심원마을의 이주와 복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선 고종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마을 형성기의 지역적 특색을 잃고 상업지역이 된데다, 성수기 관광객에 의한 심원계곡의 수질오염이 심각하고 마을을 둘러싼 산사면이 급경사를 이루어 산사태 위험이 크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다 마을에 터 잡고 살던 주민들마저 대부분 이주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백두대간보호지역의 핵심구역을 보전하고 성삼재 관통도로의 일반차량 통행을 제한하기 위해서도 심원마을 이주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산확보가 관건이다. 공단은 심원마을 이주 보상과 복원에 약 192억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단은 북한산국립공원 안의 북한동 마을과 송추마을의 이주사업을 2010년을 목표로 이미 추진하고 있다. 송추마을에선 주민들간의 의견 불일치로 이주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에는 모두 16개 마을에 약 1만1천명이 거주하고 있다. 김낙빈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심원마을의 이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정된 이주예산을 쪼개 어느 마을을 먼저 이주시킬지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례/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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