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의 억새밭이 펼쳐진 사자평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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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에서 바라본 주변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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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무늬붓꽃 삵 하늘다람쥐 매 등 희귀동식물 보고 사자평은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 등 8개 산악무리의 가운데 자리 잡은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층습지인 산들늪을 품고 있다. 재약산(1108m)의 7부능선에 자리잡은 산들늪은 과거 농경지로 이용되던 논과 밭이 면적 58만㎡의 습지로 바뀐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노랑무늬붓꽃의 남한계 분포지이자 삵, 하늘다람쥐, 매, 꼬마잠자리 등 희귀동식물이 분포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사자평은 양쪽 능선의 습기를 많이 머금는 지형적 요인과 오랜 벌목, 화전, 방목 등 인위적 요인이 겹쳐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고산평원 경관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고층습지가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뿐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훼손과 막개발에 고스란히 노출돼 왔다. 이수완 밀양참여자치시민연대 환경분과위원장은 “사자평 한가운데로 난 군 작전도로와 산림청이 임대한 목장용 도로가 오프로드 자동차와 산악자전거, 등산객의 산림훼손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케이블카 건설은 사자평 막개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작전도로와 집중호우가 겹쳐 표충사에서 사자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어른 키 이상 침식돼 있다.
군 작전도로와 집중호우가 겹쳐 표충사에서 사자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어른 키 이상 침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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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편입시키면 보전과 이용 조화 가능” 이에 대해 밀양시 경제투자과 김윤만씨는 “케이블카 사업은 여름 한 철 북적이는 얼음골을 사계절 관광지로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 울주군도 사자평을 고산 생태체험 관광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산평원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사자평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자평의 주요 땅소유자인 사찰 표충사가 산들늪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자청했음에 주목한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 지역을 생태·경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사자평을 인근 가지산도립공원에 편입시키면 용도지구에 따라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밀양/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오프로드 자동차로 인해 재약산 꼭대기까지 깊게 패인 상처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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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공원에 설치된 케이블카 대부분 적자 자연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는 강원 양양, 경남 산청, 전남 구례, 울산 울주 등 전국 10여곳에 이른다. 지자체들은 지역의 관광개발을 위해 케이블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환경파괴 우려가 커 대부분 몇년째 해묵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2001년부터 설악산의 오색~대청봉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 양양 지역 도·군의원들은 지난 12일 “케이블카 설치에 도가 나서달라”는 건의문을 도지사에게 전달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 6일 지리산, 월출산, 무등산 등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노약자와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자고 나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리산에는 구례군이 1990년 온천랜드를 조성할 때부터, 영암군은 2004년 월출산에, 광주시는 무등산에 각각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왔으나 문화재보호구역에 인접해 있거나 환경파괴의 가능성 때문에 무산돼 왔다. 케이블카 설치는 시설 그 자체의 영향보다는 종착지가 새로운 개발의 거점이 된다는 점에서 환경당국도 쉽사리 허가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 또 형평성 때문에 어느 한 지자체에 선뜻 설치를 허용하기도 힘들다. 지리산에는 5개 지자체가 케이블카 설치를 원하고 있다. 케이블카 난립을 막으려고 환경부는 2004년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지침’을 통해 “엄격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케이블카는 설악산, 내장산, 대둔산, 팔공산, 금오산, 두륜산 등 6곳에 설치돼 있으나 대부분 운영은 적자 상태이다.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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