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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1 22:31 수정 : 2008.12.12 02:10

진보·개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당 ‘불신의 정치’ ‘감세동맹’ 극복해야 연대
비정규직 문제 불거질 것…‘100만 일자리’ 필요

[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
위기의 시대, 진보·개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 (상) 정책연대 방안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전세계의 경제위기는 우리에게도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고소득층 감세, 금융규제 완화 등 양극화 심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서민과 중산층은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파국적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진보·개혁 세력은 지난 12월4일 ‘경제·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각계인사 연석회의’에서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서민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귀를 막고 있다.

<한겨레>는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개혁 세력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막연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치적으로 ‘반이명박 연대’를 결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어떤 구체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철시킬 것인지,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모색해 보았다. 토론회는 12월10일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했다.

참석자
발제 : 김민영 (민생민주국민회의 공동정책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
토론 : 김효석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 권영길 (민노당 의원)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사회 :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MB 부자감세 맞서 서민정책 대안 제시해야”
일자리·서민금융·보육·의료 등 ‘연석회의 10대정책’ 구체화를

김민영 민생민주국민회의 공동정책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이하 김민) 진보·개혁세력 연대와 공조의 촛점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구하는 것이다. 진보세력이건 중도개혁세력이건 공통의 사활적 과제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과 다른 설득력있는 ‘국민적 경제대안’을 가시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부자 감세 △금융규제 완화 △재벌과 대기업 독점강화 △공기업 민영화 △부동산거품 유지 △부실건설사 퍼주기로 압축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부자와 재벌·대기업에 감세와 지원을 집중해 투자를 늘리면, 이를 통해 일자리가 늘고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더이상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지난 4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연석회의’를 열어,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3대 방향,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 10대 정책방향을 더욱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일자리,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대책, 서민금융, 교육비 절감, 보육, 의료, 주거 등 가계부담 절감, 취약계층 생활안정 지원확충 등이 중요하다.

특히 △20조 재정 투입을 통한 연봉 2천만원 공공서비스 일자리 100만개 창출 △청년 실업자, 자영업 폐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중소기업을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중소상인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인하 △1가구 1주택 서민가구 담보대출과 학자금 대출의 만기연장, 이자율 인하 △서민들을 위한 ‘무담보 서민전담 국책은행’ 설립 등은 시급한 과제다.

진보개혁세력간 연대가 강화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계속되는 ‘불신의 정치’ 극복이 선결요건이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연석회의에서 부자감세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며칠 뒤 한나라당의 감세 법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정책연대를 논의하기 전에 과연 민주당은 연대의 의사가 있는지, 합의내용을 실행에 옮길 의사가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정치·사회 세력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일세력이 아닌 연대의 정치활동을 기획하는 것이다. 하지만 입장 차이 속에서도 시대 상황에 대한 탐색과 국민적 요구에 기반해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
위기의 시대, 진보·개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사회 먼저 진보개혁세력의 정책연대가 왜 필요한지 짚어보자. 각 정당에서 나온 토론자 세 분이 경제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말해 달라.

김효석(이하 김효) 10년전 아이엠에프(IMF) 위기는 기업부문 부실이 많았는데 이번 경제위기 때는 가계 부채가 크다. 아이엠에프 때 184조원이던 가계부채가 지금은 660조원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서민과 중산층의 위기를 뜻한다. 이들이 체감하는 위기는 아이엠에프 때보다 더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는 위기 극복 대책으로 기업과 부동산, 건설 쪽에 집중하고 있다. 위기의 근본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권영길(이하 권) 정책 연대를 말하기 전에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산하 사업장을 조사해보니, 반 이상이 감산 또는 휴업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대량 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아이엠에프 때는 퇴직금을 밑천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자영업까지 몰락하고 있다.

정책 연대를 하려면 민주당 집권 10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다 서민 생존권이 붕괴되고 양극화가 심해져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갔는데도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있다. 엠비노믹스는 기본적으로 노무현노믹스, 디제이노믹스와 같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정책연대의 답이 쉽게 나온다.

심상정(이하 심) 연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일시적 경기침체 국면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 같다. 삭풍이 불면 잎새부터 날아가고 그 다음 가지와 줄기, 나중에 뿌리가 흔들린다. 잎새 쪽에 있는 서민은 실업대란과 기초생활 붕괴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은 뿌리에 가 있으니 잎새 쪽의 고통과 공포를 못 느낀다.

우리 경제는 무분별한 개방과 규제 완화로 대외경제와 거시경제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또 하나는 수출과 부동산 거품에 의존한 성장주의 때문에 양극화가 심한 불평등 사회가 됐다. 이런 경제사회 시스템을 균형 경제, 평등 사회로 바꾸는 전망 속에서 위기 대처와 극복 방안이 나와야 한다.

(왼쪽부터)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김효석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장, 권영길 민노당 의원,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사회 며칠 동안 상황 인식만 토론해도 부족할 듯하다. 권영길 의원의 지난 10년 평가에 대해 민주당 쪽에서 말해달라.

김효 지난 10년 동안 기업체질 개선, 국민소득 2만불 달성, 남북관계 개선, 아이티강국도 만들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신자유주의적냐 아니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는 대책으로 접근해야지,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식으로 말하면 곤란하다. 또 역사·시대 상황에 따른 개방이란 흐름을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문제있는 게 아닌가.

절차적 민주주의 달성 등 지난 10년의 성과를 인정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려운 경제에서 모든 문제가 파생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방,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가 신자유주의의 핵심 내용 아닌가. 지난 10년 동안 민주당이 구체적 대안없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양극화가 고착화돼 버렸다. 이에 대한 동의와 대안 모색이 없으면 정책연대가 안되는 것 아닌가.

지금 경제위기 상황은 지난 시기 민주개혁세력의 대안이 부정됐음을 뜻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기 어렵다. 감세 타협 때문에 민주당이 비판받는데, 제가 보기엔 타협이 아니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동맹’이다. 감세동맹에 민주당이 말려든 상황에서 정책공조가 가능한지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사회 조직체나 정파의 뿌리가 다른 정당끼리 연대를 모색할 때는 상황 인식 등이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정파간 인식과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 공조는 정책이 같아야 한다.

김효 민주당은 부자감세를 반대하는 데 오히려 감세규모가 늘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부자감세 규모 6조원 가운데 2조원을 저지했다. 대신 부가세 인하, 저소득층 소득세 등 서민감세를 3조7천억원 했다.

대개 감세하면 돈있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데, 부가세 감세는 어려운 영세자영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소득세도 중하위 계층에 집중해 1조7천억원을 추가 감세했다.

부가세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는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감세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다. 종부세 감세로 서민 복지·교육이 타격받고 지방 재정적자가 눈앞에 있다. 정치권이 종부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이게 핵심이다.

한나라당의 감세에 대해 민주당이 감세논리로 맞붙어 감세 기조를 정당화해준 책임이 가장 크다. 부가세 감세는 유통단계에서 유실되고 서민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김효 예를 들어 영세자영업인 칼국수집에서 파는 칼국수 값에도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다. 부가세 감세는 영세자영업자에게 직접적 혜택이 돌아간다.

정리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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