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돌 기념 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 [4부] 진화하는 세계의 진보
복지예산 삭감·이라크전쟁 등 민감한 이슈 ‘입김’네티즌 기부금으로 수십명이 자원봉사 형태 운영
국내 정치적 이슈 떠나 환경·국제문제에도 목소리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다. 먼저 연단에 나와 있던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그를 맞이한다. 둘은 가볍게 포옹한 뒤 악수 대신 서로의 주먹을 장난스럽게 맞댄다. 이때 방송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테러리스트들의 악수인가요?” 잠시 뒤 화면이 꺼지고 자막이 뜬다. ‘여러분, 뭔가 해야겠습니다!’ ‘폭스, 오바마 헐뜯기를 그만둬! (FOX, Stop smears!)’라는 제목의 방송 광고다. 극우 성향의 케이블 방송 <폭스>를 공격하는 이 광고는 미국의 저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로버트 그린워드가 만들었다. <폭스>는 오바마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악수 대신 흑인들의 인사법인 주먹 맞대기를 자주 하는 것을 “테러리스트의 악수”라고 비아냥거려 인종차별주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폭스>는 오바마의 이름을 ‘오사마’(오사마 빈 라덴)라고 부르는가 하면, 그의 부인 미셸의 말실수를 부각시키는 등 연일 ‘오바마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운동단체인 무브온(moveon.org)은 지난 7월10일 320만명에 이르는 회원 전원에게 이 광고를 퍼날랐다. 이와 함께 <폭스>에 오바마 때리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해달라는 전자우편도 보냈다. “<폭스>가 인종차별주의까지 동원해 오바마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2만8천여명이 서명을 했는데, 50만명이 넘으면 이 청원을 <폭스> 방송사에 전달할 겁니다. 그러면 언론이 이를 기사화할 것이고, 폭스에 광고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광고주들이 곧 깨닫게 될 겁니다.” 무브온 운영자가 전자우편에 남긴 이 말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무브온은 지난 10년 동안 많은 캠페인을 벌여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이 가운데는 주정부나 연방의회를 움직인 것도 많다. 공화당이 2007년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이를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과 시위를 벌여 삭감 규모를 크게 줄인 것과, 2006년 테러방지법(패트리어트 액트) 재개정 반대운동을 펼쳐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법안을 손질하도록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2006년 펜실베이니아 주정부는 가석방된 재소자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려고 시도했다가 무브온의 반대운동에 부닥쳐 실패했다.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마리오(40·왼쪽)와 폴(32·가운데), 비제이(26)가 지난 6월22일 오바마 이름이 적힌 연을 날리려고 미국 워싱턴 기념비 앞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인터넷 운동단체인 무브온의 열성 회원이기도 하다. 워싱턴/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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