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7.09 21:31 수정 : 2008.07.10 09:04

진보·개혁 진영의 ‘의료 복지’ 분야 대안 모색을 위해 <한겨레>가 지난 5월18일 본사 회의실에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활발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전문가 패널인 김병권, 오건호, 양재진, 이상이, 이태수(사회자), 시민패널인 이미연, 배수정, 김경애, 홍만형씨(직책 생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진보·개혁에 따져묻다 5. 의료복지

‘공공의료’ 등으로 용어 대체해야

무상의료는 진보 진영의 ‘아이콘’이었다. 돈이 없어 병원 문턱에서 주저앉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절박감과 연대의식은 호소력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을 거치면서, 무상의료의 정신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조차 무상의료라는 용어 자체가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연상시켜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 4~5년 전 쯤 민주노동당을 통해 무상의료, 무상교육 구호가 나왔다. 당시만 해도 적합한 용어였다. 의료비에 대한 서민들의 부담이 너무 커, 그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상 예전에는 병의원에 갈 수 없었던 국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 국민 97%가 가입해 있고, 3%는 기초생활 보장제도로 보장을 해주고 있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보험으로 보장이 안되는 비급여 서비스가 많고, 보장이 되더라도 환자 본인부담 진료비가 크며, 일부 서비스는 질이 낮다는 점이다.

양 무상의료가 자기 부담 없이 100%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을 뜻한다면 비현실적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스웨덴이나 영국 등 많은 복지 선진국들도 일부 자기 부담을 하고 있다.

김 80년대까지는 경제적 능력 때문에 진보적 가치를 대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본다.

이미연 내가 지불하는 지역 건강보험료 금액이 적지 않다. 그러나 막상 병원에 가 보면 감기 정도 이외에는 크게 혜택이 없다. 초음파 검사나 자궁암 검진 따위는 별도로 비용을 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방식보다는 차라리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혁신적으로 무상의료를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양 무상의료가 좋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의료에 돈을 많이 쓸 경우 다른 복지에 쓸 돈이 줄어들게 된다. 또 중도를 끌어들이고 중산층에게 호소해 진보 정권을 창출하려면 무조건 무상의료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김 이명박 정부는 의료부문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봐도 무상의료가 의료산업화의 반대 또는 극복 개념으로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오 일반 서민들이 ‘어떤 재원으로 무상의료를 하지?’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의료서비스 질 문제는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하며, 실제 문제는 재원 조달이라는 무상의료의 현실성 문제라는 것이다.

배 나는 서비스의 질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과에 가면 1500원 정도 내는데, 이걸 내지 않는다고 대단한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서비스의 질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니 무상의료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게다가 공짜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대환영이지만 국가가 돈을 찍어내지 않는 한,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로 운용하는 것이다. 결국 보험료를 인상해 재원 확충을 해야 하는 것인데, 무상의료라는 개념만 강조하는 것은 선동적이다.

오 무상의료 개념이 고정불변은 아니다. 무상의료라는 용어가 초기엔 적합했지만 지금은 그 꿈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공공 의료’를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됐다. 재정을 공공재정으로 바꾸고, 의료과잉도 막아야 하고, 의료기관도 좀 더 공적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무상의료에 대한 찬반 보다는, 무상의료 용어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제 그것을 현실화하는 단계로 갔으면 좋겠다.

이상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은 더 좋은 혜택을 바란다. 철 지난 용어 보다는, 무상의료 개념은 담고 있되 더 미래지향적인 표현을 사용하자. 스웨덴처럼 ‘만인을 위한 양질의 보건의료’라고 표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용인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연중기획] 다시 그리고 함께 - 새로운 모색을 위하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