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주년 노동절인 지난달 1일 서울 대학로에서 민주노총이 연 기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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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민노당 정책제안 ‘논쟁 출발점’
지난해 1월 민주노동당은 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월 소득 91만원 이하의 저소득 계층 644만명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제도로 도입됐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미가입자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상 제구실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핵심은 재원 마련에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인 노동자의 참여를 전제로 깔았다는 점이었다. 발상은 신선했다. 이제까지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확대를 위해 노동자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 적도, 이런 사업을 먼저 제안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5년간 저소득 계층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려면 모두 17조원의 재원이 필요했다. 이 가운데 노동자들이 4조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미래에 받을 연금액 가운데 일부(월 1700~3200원)를 내서 3조원을 마련하고, 연간소득이 5천~6천만원 수준의 상위 계층 노동자들은 추가로 월2천원~1만4천원씩 보험료를 더 내서 1조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보험료 지원 사업’은 논란만 증폭된 채,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 안팎에서 보험료 지원 사업의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 사업이 일회성 정책 제안이 아닌 ‘사회연대전략’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당의 주요 대선 사업으로 검토되자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사업의 추진 주체가 될 민주노총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사회연대전략을 지지한 이들은 “노동운동의 난관을 타개하고 새롭게 노동자 연대의 활동 모델을 마련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반대론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재원 마련에 참여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규직 책임론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맞섰다. 특히 민주노총에선 고소득 노동자들이 보험료를 추가 지원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동자들이 미래에 받게 될 연금액의 일부를 삭감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당시는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논쟁이 한창일 당시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제도 개혁을 통해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논쟁의 한 복판에 서 있던 오건호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은 “사회연대전략이 정규직 책임론을 부각시킬 것인지, 정규직 연대를 보여줄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팽팽했다”며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한 자성의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막상 구체적인 사업을 벌일 때는 ‘정규직 책임론’에 악용당할 우려 때문에 적극성을 보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 위원은 “진보 진영이 그동안 ‘요구’ 중심의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참여’를 통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였다”며 “단순히 시론적 수준의 논의에 그칠 게 아니라 본격적인 내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복해 있던 사회연대전략은 올 들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진보신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에다, 고용보험 기금 보험료를 더 내서 저소득층의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방안,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해 잔업과 야근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 등을 추가해 ‘사회연대전략 3대 방안’을 내걸었다.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을 사회연대전략으로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노동당과의 분당 사태 등으로 인해 전혀 조명 받지 못했다.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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