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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4 20:47 수정 : 2008.06.25 10:47

진보·개혁 진영의 비정규직 해법

비정규직 문제를 인권보호 차원에서 다뤄
심상정 “농성·싸움 했지만 힘모으지 못해”

“무조건 ‘정규직화’만 외치는 것은 너무 허황된 이야기로 들린다”

이덕순 서울지역여성노조 청소용역지부 지부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도 400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진보 정당들의 공약을 봤다. 하지만 당장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임금이 깎일까봐 마음 졸여야 하는 그에게는 도무지 현실적인 해법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비정규직 전문가들은 진보ㆍ개혁 진영의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 날 선 평가를 쏟아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고용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좌파 정당은 존재할 수 없는데, 한국에선 그렇다”고 말했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비정규직 문제를 주로 인권보호 측면에서 제기해온 탓이라는 것이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요구도 경기가 안 좋다는 말 한마디면 묻혀버리는 현실”이라며 “나쁜 일자리가 생산과 소비, 투자 등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고용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는 “원칙론을 앞세우는 것은 자칫 무책임한 태도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진보 정당이 좀 더 현실적인 비정규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 교수는 “(진보 정당이 주장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등의 요구는 지금보다 규제를 더 강화하자는 셈인데, 정작 기업들은 이를 회피하는 데만 몰두하게 될 것”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키우는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임기 내내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할만한 발판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노무현 정부는 이미 집권 초기에 하나씩 (비정규직 문제를 풀 정책 의지를) 포기해왔다”며 “진보ㆍ개혁 진영이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간제 입법에만 시간을 오래 끌면서, 비정규직을 쓰는 고용관행은 더 굳어져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중소 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은 박사는 “100인 미만 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보면, (고용 형태보다) 임금 수준이나 사회보험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영세한 기업들이 많다보니 회사가 문을 닫으면 빈번하게 직장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과 지적에 대해, 진보ㆍ개혁 진영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 ‘농성’도 해봤고 비정규직 노조들의 ‘싸움’도 지원해 왔지만, 정작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전략을 수립하고 정치적 힘을 모으는 데는 힘이 부쳤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목희 통합민주당 전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당내에서) 양극화 해소 의원 모임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잘 안되더라”고 털어놨다. 이른바 ‘386 정치인’들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집중한 세대라 그런지, 경제민주화에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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